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시 산천단의 곰솔이 노령화와 강풍 등의 영향으로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동공이 생겨 응급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2010년 곰솔(왼쪽)과 지금의 곰솔 모습.
제주의 대표적 노거목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천단 곰솔이 노령화와 강풍 등의 영향으로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기둥이 뻥 뚫려 있어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제주시 516로에 있는 산천단은 옛날부터 한라산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이 있는 곳으로, 8그루의 거대한 곰솔이 자라고, 주변에는 팽나무·예덕나무·멀구슬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곰솔의 평균 키는 24m에 이른다. 산천단 곰솔군은 나이가 500~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1964년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들 곰솔 가운데 수세가 가장 화려했던 곰솔이 노령화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27일 찾은 산천단의 곰솔은 지지대와 버팀목 등으로 버티고 있으나 나무껍질이 심하게 벗겨지고, 기둥 가운데가 크게 뚫려 있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 쪽은 뚫려 있는 동공의 길이가 1.5m 정도 된다고 밝혔다. 곰솔은 소나무과로 잎이 소나무 보다 억세고, 소나무의 겨울눈은 붉은색인데 견줘 곰솔은 회백색인 것이 특징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시 산천단 곰솔이 노령화와 강풍 등의 영향으로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길이 1.5m 크기의 동공이 생겼다.
이 곰솔은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1980년대 말부터 콘크리트류 등을 동공에 넣는 방식으로 임시처방을 해왔다.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올해 초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거나 훼손이 심한 부분을 긁어내는 등 1차 정비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정비과정에서 동공이 심하게 나타나고, 태풍 등의 피해가 우려되자 문화재청에 6천여만원의 긴급보수비를 요청한 상태다.
세계자연유산본부 관계자는 “최근의 노령화한 나무에 대한 처방은 동공에 채워 넣지 않고 원형대로 비워놓는다. 문제의 곰솔은 8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동공이 발생해 처방을 해왔다. 오는 7월까지 지지대를 보강하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해 안전장치를 해 놓을 계획이다. 동공은 있지만 곰솔의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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