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가 27일 충북지사 집무실에서 민선 7기에 추진할 정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충북도 제공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국회에 양원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하원은 지금처럼 인구비례로 뽑고, 상원은 지역 대표성을 띤 의원으로 구성해야 전국의 민심이 고루 반영됩니다.”
이시종(71·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당선자를 27일 오전 충북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6·13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선거 ‘8전 8승’ 신화도 함께 썼다. 기초(충주시장)·광역(충북지사) 모두 3선 연임에 성공했으며, 국회의원 선거 재선(17·18대) 등 출마한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비결이 따로 있나요. 지금 얼굴 까맣게 탔지요. 한 두어 달 갈 겁니다. 진실을 무기로 진심을 다해 낮은 자세로 다가간 게 좋은 결과를 냈지요.”
그는 평소에도 지역 균형발전, 지방 분권을 유난히 강조한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충북도정 이야기보다 개헌과 국회 개혁을 먼저 꺼냈다. “지금 국회 의석 과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여론은 제대로 중앙에 전달되지 않아요. 국회의원 250명은 인구비례로 하원에 두고, 나머지 50명은 지역 대표성을 띤 상원에 배치해야 합니다. 국회에 적절한 통제 장치가 있어야 지역 입장이 반영됩니다. 인구가 적다고 4~5개 기초단체를 묶어 의원 한명 뽑는 것은 지역을 무시하는 것이죠.”
이시종 충북지사가 27일 충북지사 집무실에서 민선 7기에 추진할 정책 등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충북도 제공
그는 국가 균형발전의 하나로 ‘강호축’ 개발을 제안했다. ‘강호축’은 서울~부산까지 이어진 ‘경부축’에 견줘, 강원~충청~호남을 잇는 새로운 개발 축이다. 이미 강원·충청·호남의 광역단체 8곳이 협의체를 꾸리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경부축은 인구·예산은 8대 2, 제조·서비스업은 6대 4 정도로 강호축에 앞서 있다. 경부축이 ‘중후장대’한 산업이 밀집돼 있다면 강호축은 ‘경박단소’하다. 강호축은 과학기술이 집적된 4차 산업, 백두대간·호남 등을 잇는 관광 산업 등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무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디테일의 행정가’로 불리는 그답게 강호축 계획은 구체적이었다. “2조원 정도를 들여 충북 오송에서 제천을 거쳐 강원 강릉까지 충북선·중앙선 등을 고속화·복선화하면, 남북을 아우르는 정부의 신경제 지도 구상(H 축)의 허리를 잇게 된다. 이는 동쪽은 부산~동해 북부(강릉)~원산~청진을 거쳐 시베리아로, 서쪽은 목포~오송~서울~평양~만포를 거쳐 중국 횡단철도로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대한민국의 도약과 미래 새 먹거리 창출의 해법이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5차 국토종합계획에 반드시 반영해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북한 쪽에 오는 9월 충주에서 열릴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참가 요청을 했으며, 내년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에도 북한 참가를 타진하고 있다. 그는 “강호축을 통한 교통이 열리면 충북은 남북 교류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옥천 묘목, 제천 과수 등 남북 교류 경험을 살려 단재 신채호 공동 연구 등 역사·문화·예술·체육 교류와 인도적 지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안 균형발전을 물었다. 충북은 청주와 청원이 통합한 뒤 충북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청주(85만명)에 집중한 반면 상대적으로 북부·남부권은 인구·산업 등이 위축되고 있다. 그는 “충북은 투자 유치뿐 아니라 경제 성장률·고용률·수출 증가율 등이 전국 최상위권일 정도 경제 호황기다. 청주 등 일부 지역 집중화 현상이 있지만 다른 지역도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동반 성장과 함께 북부권 단양의료원 설립 등 복지 균형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27일 충북지사 집무실에서 민선 7기에 추진할 정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충북도 제공
이시종 충북지사가 27일 충북지사 집무실에서 민선 7기에 추진할 정책 등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충북도 제공
그는 안전 충북을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제천 화재 참사 때 문제가 된 소방 인력·장비 확충과 함께 소방산업 발전에도 힘쓸 참이다. 그는 “올해 안에 소방공무원 313명을 늘릴 생각이다. 도심 화재·구급 차량 출동 시간을 줄이고 초동 조처를 효율화하려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방 오토바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충주 소방관경기대회 때 소방산업엑스포도 함께 열어 소방 장비 현대화와 소방산업 활성화도 도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사 집무실에 경제·일자리 상황판을 두고 실시간으로 경제 상황을 살피고 있다. 지역 내 총생산 전국대비 4% 완성, 5% 도전을 민선 7기 경제 목표로 삼았다. 특히 청년 일자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청년 노동자와 중소기업을 모두 도울 수 있는 행복 결혼 공제 사업, 청년 임금 격차 해소 사업 등을 추진한다. 행복 결혼 공제는 노동자가 다달이 30만원을 내면, 도·시군이 30만원, 기업이 20만원을 추가 적립해 5년 뒤 목돈 50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청년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가 때 짬을 내 중앙 부처를 찾아 예산 확보에 힘쓰고, 국외 출장 땐 항공편 3등석을 고집하는 등 지독한 일벌레에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공직자로 알려져 직원조차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 정도다. 지사 마지막 3선 임기와 함께 퇴임 뒤 행보가 궁금했다. “퇴임 뒤 농사지을까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죠. 요즘은 직원들이 저에게 일을 너무 시켜 힘들 정도예요. 3등석 넓어서 불편한 것 없어요. 공직자로서 저와 약속이니까 지켜야지요.” 그는 “지금보다 훨씬 나을 충북을 위해 또 4년을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