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쌍용차 공장 앞에서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복직 희망 속에 10년을 견뎌온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가 또 숨진 채 발견됐다. 2009년 쌍용차 해고와 파업 이후 서른번째의 희생이다.
27일 오후 3시50분께 경기도 평택시 독곡동 야산에서 쌍용차 해고자 김아무개(48)씨가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이던 경찰관이 발견했다. 앞서 김씨는 이날 오후 2시 아내에게 “그동안 못난 남편이 고생만 시키고 마지막에도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 사는 게 힘들겠지만 행복해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같은 시각 동료 해고자에게 “형 그동안 고마웠어요. 신세만 지고 가네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를 받은 김씨의 가족은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김씨는 2009년 쌍용차에서 해고된 뒤 심한 생활고를 겪어왔다. 특히 김씨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취업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용불량자가 됐고 회생 절차를 밟고 싶어도 변호사 비용이 없어 불량 딱지를 떼지 못했다”며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김씨는 2009년 8월5일 파업 중 평택 쌍용자동차 조립공장 옥상에서 경찰 특공대원들에게 방패와 곤봉으로 집단 폭행을 당한 뒤 구속됐다.
김씨는 “조립공장 옥상 위에서 (폭행당한) 일을 10년 동안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며 심한 트라우마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밤에 화물차를 운전하고 낮에는 미장을 하는 등 2가지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복직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동료와 친구들은 전했다.
이날 송탄제일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해고자들이 ‘더는 죽음이 없도록 막아달라’며 10년째 목소리를 내왔는데 또…”라며 울먹였다. 김 지부장은 “회사가 복직 시기만이라도 알려줬더라면, 문재인 정부가 2009년 쌍용차 파업 때의 폭력 진압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조사해 해결했다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최근 ‘쌍용차 해고노동자 전원복직! 함께 살자!’고 요구하며, 회사 쪽과 실무 협상 10여차례, 대표자 간 협상 2차례를 열었다. 그러나 복직 일정을 명기해달라는 노조 쪽의 요구에 대해 회사 쪽이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들어 반대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 해고와 파업을 겪은 쌍용차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회사 쪽은 2015년 12월30일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하지만 노-노-사의 합의 뒤 3년째인 올해까지도 복직된 해고자는 45명에 불과하고 120명이 기약 없이 복직을 기다리는 상태였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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