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도 심한 인도
장애인들 휠체어 아슬아슬 유모차·자전거도 엉금엉금
구청 “주민 반대 공사지연”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바미 1급 장애인 원성필(31)씨는 학교 다니기가 두렵다. 대구시 동구 반야월에 살고 있는 그는 올해 3년째 인터불고 호텔 들머리에 있는 장애인 야간학교 ‘질라라비’에 다닌다. 원씨가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가려면 반드시 아양교 다리를 지나야 한다. 그런데 이 다리에 건설된 아치형 인도(사진)가 경사가 심해 휠체어를 타고 오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원씨는 “눈이 내려 길이 얼거나 비가 내려 바닥이 미끄러울 때는 아예 아치형 인도로 다닐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차량들이 달리는 인도 옆 차도를 휠체어를 타고 역방향으로 지나갈때는 너무나 위험하다”고 털어놨다.
대구장애인연맹 육성완 사무국장은 “지체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인들과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주부, 자전거 타는 시민들도 아양교 아치형 인도를 건널때는 여간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아치형 인도는 대구 동구청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를 앞둔 2003년 9월쯤, 대구 관문을 아름답게해야 한다며 사업비 14억여원을 들여 건설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의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가 2004년 10월, 아치형 인도가 장애인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철거하든지 개선하도록 대구 동구청에 통보했다.
대구 동구청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올해 초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다니는데 불편이 없도록 아치형 인도 옆 차도 폭을 줄여 이곳에 폭 1.3m의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동구청은 사업비 3천만원을 마련한 뒤 지난 5월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 건설업체와 계약까지 끝냈지만 6개월이 넘도록 공사를 시작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대구장애인연맹과 질라라비 장애인 야간학교, ‘전동을 사랑하는 모임’, 대구참여연대 동구 주민회 등 단체들은 5일 “동구청이 빨리 공사를 시작하라”고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행정사무 감사를 시작하는 동구 의회에서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철저히 감사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대구 동구청은 “차선을 줄여 인도를 만들면 교통 체증이 심해진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찮아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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