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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별세

등록 2018-07-01 17:08수정 2018-07-01 20:23

101살로 파란만장한 삶 마치고 하늘나라로
남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이제 27명 뿐
김복득 할머니가 2013년 3월 14일 경남 통영시 북신동 자택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통영/이정아 기자
김복득 할머니가 2013년 3월 14일 경남 통영시 북신동 자택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통영/이정아 기자
또 한 명의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자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하고 이 땅을 떠났다. 생존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27명으로 줄었다.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은 1일 새벽 4시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김복득 할머니(101살)가 지병으로 병실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앞서 김 할머니는 2013년 자택에서 홀로 살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이 병원에 입원했다.

김 할머니는 1918년 경남 통영시에서 태어났다. 21살 때인 1939년 경남 거제시의 고모집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가 공장에 취업시켜 주겠다는 징용 모집자의 말에 속아 배를 타고 중국 다롄으로 갔다. 다롄에 내린 뒤엔 필리핀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갖은 고생을 다하고 1945년 해방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던 할머니는 1994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알리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국내와 일본 나고야, 오사카 등을 다니며 일본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일본군에서 운영한 위안소와 위안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한편으로 김 할머니는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해서 어렵게 모은 돈을 사회에 기부했다. 2012년 통영여고에 장학금을 냈고, 2013년엔 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2천만원을 쾌척했다. 경남도 교육청은 2013년 김 할머니의 일대기를 정리한 책 <나를 잊지 마세요>를 펴내 역사 교재로 사용하도록 했다. 같은해 통영 남망산공원엔 김 할머니를 상징하는 소녀상인 ‘정의비’가 세워졌다.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던 김 할머니는 2013년 가을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에 입원했다. 혼자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김 할머니의 진실을 향한 싸움은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28일 일본 정부로부터 10억엔(약 97억원)을 받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졸속 합의문을 발표하자 김 할머니는 2016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1월 이 문제와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한·일 정부의 12·28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이 김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했는데, 김 할머니가 “몰랐다”며 보호자인 조카를 통해 반환 의사를 밝힌 일이다. 김 할머니의 유족은 “화해·치유재단이 아직 1억원을 받아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의 상가는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3일 출상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은 통영실내체육관에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김 할머니를 포함해 5명에 이른다. 김 할머니의 조카 김아무개씨는 “고인이 생전에 일본 정부의 사과를 꼭 받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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