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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남북관계 개선, 제주에 위기이자 기회”

등록 2018-07-03 15:30수정 2018-07-04 01:37

[단체장에게 듣는다]

제주로 향하던 관광, 분산되겠지만
‘한라에서 백두까지’ 큰 그림 그릴 것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남북관계 개선은 제주로서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의 관광이 제주도로만 향했으나 철도가 연결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백두와 만주, 시베리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윈-윈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일 원희룡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원 지사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전국을 휩쓴 6·13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민주당 텃밭인 제주에서 무소속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제주도정에 전념하고, 제주도민을 위한 맛있는 밥상을 차려 제주를 키우겠다”고 했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이 맞물려 있는 경제권 구상 등의 부분에서 제주도가 빠져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철도 연결이나 직접적인 물류 연결 등을 놓고 봤을 때 그런 것이다. 제주도는 생태, 관광, 국제교류 등의 부분을 가지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공유하면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과정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이 제대로 작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70여년간 이어져 온 냉전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길을 연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제2공항 타당성 조사 따라 처리
정부·주민 추천 전문가로 검토위 구성

공공분야 일자리 1만개 창출
공로연수·고위직 파견 없애겠다

‘여당 다수’ 의회와 최대한 협의
도정 전념…정치문제엔 말 아껴

선거기간 토론회장에서 주민으로부터 날계란을 맞아 전국 현안으로 떠올랐던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원 지사는 “제2공항은 경제적 필요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이 걸려 있는 문제다. 반대 주민들이 제기한 의혹들을 털고 가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용역에 대한 재조사를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항기본계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부와 지역주민이 추천하는 전문가로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쟁점을 검토하고 조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를 2천만명을 최대치로 잡았다. 여기에 상주인구 100만명 정도의 환경 인프라를 갖추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임기 가운데 가장 잘한 업무로 ‘난개발 제동’을 꼽는다. 지난 선거에서도 그의 최대 공약이었다.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이 복합적으로 지정된 곳은 제주도가 세계에서 유일한 곳으로 세계적인 보물섬이다. 하지만 취임 전 허술한 제도, 막개발 등으로 제주섬이 온통 공사판으로 변질했다. 그동안 중산간과 곶자왈, 해안변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난개발과의 전쟁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 지난 4년 동안 했듯이 난개발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겠다”고 다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공공분야 일자리에서 1만개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는 “4년 동안 1만개다. 제주에는 대기업이 없고 도내기업의 92.5%가 영세업체다. 다른 지역 청년보다 4시간 더 일하고 월급은 적어, 공공부문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2500명,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3500명, 공공사회서비스 인력 4000명 등 1만명 정규직 채용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통 정년 1년을 앞두고 관행처럼 이뤄져 온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고위직 파견이나 공로연수제도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선 6기가 시작된 4년 전부터 비정상적이라고 봤는데, 그때는 기존 파견된 인력과의 형평성 때문에 중간에 철회하기 어려워 지금까지 끌어온 측면이 있다. 민선 7기에는 이를 바로잡아 정상적으로 가야 한다. 앞으로 공로연수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고, 출자·출연기관에 고위직 파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그의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장악한 도의회의 협력을 끌어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그는 민선 6기 때 ’협치’를 내세웠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는 “현안이 급하다고 급하게 하다가 의회와 도정의 협력관계가 불필요한 장애요인을 만들 필요가 없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며 “도의회의 의견도 최대한 들어 서로 협의하면서 공통분모를 찾아 나가겠다. 도지사에 원희룡을 뽑으면서 여당 다수의 도의회를 구성한 취지는 도민들이 협력과 견제를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정 방향에 대해 거침없이 언급하던 그는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도민만 바라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선거 기간 상대 후보로부터 지난 4년 동안 중앙정치만 바라봤다는 ‘서울 바라기’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런 학습 효과 때문인지 원 지사는 “약속 그대로다. 도정에만 전념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일 있었던 취임식에서도 “도민이 도정의 주인이다. 도정의 목적도 도민”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나와 직접 관련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제하겠다”, “중앙정치와 제주도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선거 때 “당선되면 4년 동안 당적을 갖지 않겠다. (무소속으로 남을테니) 큰 활자로 써달라”고 말했다. 원 지사가 그 약속을 지킬지, 아니면 “보수의 참패 원인이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정책을 만들지 못한 내부에 있다”는 자신의 진단처럼, 보수 재건의 기치를 들고 중앙정치로 뛰어들지 지켜볼 일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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