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는 4·3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방불명인 표석이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4·3 당시 학살터였던 제주국제공항에서 4·3 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이 10년 만에 이뤄진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는 4일 제주도청에서 ‘제주국제공항 내 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4·3 유해발굴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 4개 기관은 이날 행정지원, 공항 내 인력 및 장비 출입 협력, 현장 발굴 협력, 보안관리 규정 준수 등 기관별로 업무를 담당했다. 유해발굴 사업은 오는 10일 개토제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해 11월께까지 계속한다. 유해발굴 대상지는 제주공항 활주로 주변을 비롯해 5곳이다. 공항 내 1곳과 공항 외부 1곳,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와 북촌리,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등도 포함됐다.
2006년 이후 2010년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4·3 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이 이뤄졌으며, 제주공항에서의 유해발굴 작업은 2007~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쪽과 동쪽 지역에서 4·3 유해발굴 결과 2007년 128구, 2008년 260구의 유해가 발굴됐고, 이 가운데 90구의 신원을 확인한 바 있다. 제주4·3 행방불명인 유족들을 중심으로 제주공항에서 진행된 희생자 유해발굴 결과 제주시 예비검속 희생자들의 유해가 발굴되지 않아 제주공항에 대한 추가 유해발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제주4·3연구소가 지난해 말 4·3 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예정지에 대한 긴급 조사 용역 결과, 당시 목격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제주공항 내 예비검속 희생자 수는 예비검속으로 행방불명된 인원 가운데 북부(제주시 지역) 예비검속 169명 등을 포함해 모두 351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1950년 7월27일(음력 6월13일) 제주공항 부근 집에서 총살 현장을 목격했다는 양아무개(83)씨는 “그날은 달도 휘영청 밝았다. 트럭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헤드라이트도 밝았다. 기관총 소리가 났고, 차 2대에 탄 사람들을 총살하는 것을 봤다. 한 100여명 정도는 돼 보였다”고 증언했다. 공항 이외의 선흘리와 북촌리, 구억리 등의 발굴 예정지도 4·3 당시 희생자들이 묻혀 있다는 증언이 나온 곳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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