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음성 외국인 노동자 축구대회에 참가한 6개국 선수들이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음성 외국인도움센터 제공
러시아 월드컵 열기 속에 충북 음성에서 ‘작은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축구 변방 우즈베키스탄이 우승했지만 출전 선수 모두가 승리자였다.
작은 월드컵은 음성 외국인도움센터 등이 8일 음성 금왕 생활체육공원 운동장에서 연 외국인 노동자 국제 축구대회다. 케이티앤지 음성지사도 대회를 지원했다. 2008년 시작해 올해 10회를 맞은 이번 대회엔 네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타이 등 6개국 선수·응원단 300여명이 출전했다. 이들은 모두 음성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음성지역 산업체엔 외국인 노동자 8700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1만 2천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도움센터는 경찰과 협조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보호, 범죄 신고·예방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이충섭 음성 외국인도움센터 사무총장은 “축구를 통해 화합하는 자리였는데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해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열정으로는 미니 월드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기도 재밌었지만 응원이 더 볼만했다. 경기마다 해당 국가의 해설진을 본부석에 앉혀 귀에 익은 모국어로 맞춤 해설을 맡긴 게 눈길을 끌었다. 인도네시아팀 주장 와완(33)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았지만 외국인 친구들과 화합하는 자리가 더 뜻깊었다. 함께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오래도록 관계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작은 월드컵은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애초 인도네시아 축구팀 창단으로 시작해 지금은 6개국으로 참가국이 불었으며, 참가를 타진하는 곳도 늘고 있다.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은 차기대회 참가를 검토하고 있다. ‘언제나 사랑과 평화’를 슬로건으로 건 축구 열기와 함께 농구, 배구 리그도 열리고 있다. 고소피아 외국인도움센터 센터장은 “축구 등 운동 경기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연스레 화합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 사회와 통합하는 자리도 마련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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