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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땅에서…” 제주 4·3 유해발굴 9년만에 재개

등록 2018-07-10 15:04수정 2018-07-10 19:05

10일 제주공항서 개토제
원희룡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
제주4·3 당시 제주국제공항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제가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열렸다. 허호준 기자
제주4·3 당시 제주국제공항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제가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열렸다. 허호준 기자
“작은 오빠가 읍내에서 경찰 트럭에 실려 공항으로 갔어요. 보니까 윗옷을 입히지 않고 트럭에 서서 나를 쳐다봤어요. 그날 실어다가 나중에 죽여버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아, 죽었는가…”

제주4·3행방불명인 유족 양유길(83)씨는 계속해서 속울음을 삼켰다. 10일 오전 9년 만에 재개한 제주국제공항 4·3행방불명자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작업 개토제 현장을 찾은 양씨는 1950년 8월10일 작은 오빠가 트럭에 실려 간 날을 잊지 못한다. 그의 큰 오빠는 1948년 12월 마포형무소로 간 뒤 행방불명됐다. 이번 유해발굴작업에서 작은 오빠를 찾기바란다고 두손을 모았다.

개토제 행사 내내 아무런 말 없이 의자에 앉아 있던 서귀포시 신효동에서 온 현성만(70)씨는 1950년 행방불명된 아버지(당시 32)의 얼굴을 모른다. 그의 나이 두살 때다. “처음 와 봤어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너무나 참혹했던 일이 벌어졌는지 말이 나오지 않아요. 꼭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주공항에서 1949년 12월 부친(당시 19)이 행방불명된 송승문(70)씨는 “가슴이 아프다. 이른 시일 안에 생존한 목격자들을 찾아 유해발굴 작업에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4·3 행방불명인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제에 참석한 유족들. 허호준 기자
제주4·3 행방불명인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제에 참석한 유족들. 허호준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한 개토제는 이날 오전 10시 공항 내 유해발굴 시굴지점에서 희생자 유해발굴의 성공과 작업의 안전을 기원하는 행사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주제사를 통해 “제주도는 4·3희생자 최후의 유해까지 가족 품에 안겨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유해발굴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은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은 우리의 부모 형제들의 원혼이 서린 슬픔의 장소다. 오늘을 기점으로 재개한 유해발굴 사업이 인권의 회복과 유족들의 가슴 속 피맺힌 한을 해원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토제례는 초헌관 양윤경 회장, 아헌관 김두운 4·3행방불명인유족회 제주위원장, 종헌관 홍성효 북부예비검속 유족회장이 각각 맡아 봉행됐다. 이번 제주4·3행방불명인 유해발굴은 제주도가 지난해 10월 제주4·3연구소에 유해발굴 예정지에 대한 긴급조사를 맡겨 예정지 9개 지점을 확정하면서 본격화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2007~2009년 388구의 유해를 발굴했고, 90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현재 제주국제공항 내 예비검속 희생자 수는 351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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