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경찰서는 11일 초등학교 3학년생을 납치해 17시간여 동안 트럭에 태워 전국을 끌고 다닌 혐의(특가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로 이아무개(27)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9일 오후 4시5분께 경남 밀양의 한 마을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9)를 납치해 자신의 1t 트럭에 태우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어린이가 끌려가지 않으려고 반항하자, 이씨는 어린이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해서 트럭에 태웠으며, 차 안에 있던 청테이프로 어린이의 손과 발을 묶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밤새워 운전하며 경기도 여주 등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다음날 오전 9시45분께 어린이를 마을 입구에 내려주고 달아났으며, 이날 오후 경남 창녕군 한 피시방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일정한 주거지 없이 몇달째 트럭에서 먹고 자며 전국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우연히 밀양을 지나가다가 어린이를 발견하고 우발적으로 납치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경찰은 청테이프를 준비했던 점 등으로 미뤄 이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10일 오전 어린이가 사는 마을 일대에서는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를 돌려보낸 것에 대해 이씨는 “어린이에게 ‘말을 잘 들으면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다음날 약속대로 돌려보내 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어린이는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나, 특별한 외상은 없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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