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2시께 대구 달서구의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있고, 대형 스크린에 ’정회‘라는 글자만 떠 있다.
대구 달서구의회가 의원들의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 다툼으로 일주일 넘게 파행하고 있다. 달서구의회는 2년 전에도 의원들의 자리 싸움으로 두 달 넘게 마비된 적이 있다.
달서구의회는 지난 9일 제255회 임시회에서 제8대 전반기 의장 선거를 하다가 파행됐다. 의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김화덕·최상극 의원이 각각 12표씩을 얻었다. 2차 투표와 결선 투표에서도 득표수가 같으면 나이가 많은 최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는 상황이었다. 한국당 김 의원을 의장으로 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회를 요구하고 2차 투표를 거부했다. 이후 달서구의회는 의장도 뽑지 못하고 지금까지 마비 상태다.
김 의원 쪽은 “민주당 의원이 10명이나 되기 때문에 협치 차원에서 부의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네 자리 중 두 자리를 우리 쪽에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의원 쪽은 “애초 민주당 쪽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세 자리를 달라고 해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의장 선거가 불리하게 돌아가니 뒤늦게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달라며 의장 선거를 보이콧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달서구의회는 지난 10일 예정됐던 개원식도 하지 못하고 있다. 16일부터 25일까지 예정됐던 구정 업무보고도 무기한 연기됐다. 달서구의회는 민주당 10명, 한국당 13명, 바른미래당 1명 등 모두 24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의원들의 자리다툼으로 달서구의회가 마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7월7일 달서구의회는 제235회 임시회에서 제7대 후반기 의장으로 당시 새누리당 김해철 의원을 뽑았다. 이후 구의원들은 ‘의장파’와 ‘반의장파’로 나뉘어 운영위원장 자리를 서로 갖겠다며 싸움을 벌였다. 달서구의회는 68일 만인 그해 9월13일 제239회 임시회에 가서야 겨우 정상화됐다.
2013년에는 당시 무소속 김철규 의장과 한나라당 서재령 운영위원장이 서로 폭로전을 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김 의장은 그해 8월 “서 위원장이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리고, 서 위원장은 김 의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김 의장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2014년 10월 법원에서 벌금 6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달서구의회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도 많았다. 2016년 6월 당시 새누리 의원이 술을 먹고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대구시 시시티브이(CCTV) 통합관제센터‘에 들어가겠다며 난동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4년 9월에는 당시 무소속 의원이 의회사무과 전문위원의 정강이를 발로 차기도 했다. 2014년 9월에는 건강 문제로 10개월 동안 출석 한 번 안했던 당시 새누리 의원이 뒤늦게 사직서를 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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