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이 28일 국제관함식의 제주개최 수용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열리는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앞에 손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그 옆으로 투표를 마친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가 정부와 해군이 오는 10월 열 예정인 국제관함식의 제주해군기지 개최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강정마을회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투표를 벌인 결과, 2천여명의 주민 가운데 모두 44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385표, 반대 62표, 무효 2표로 국제관함식 개최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이전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진상규명과 주민 명예회복, 공동체 회복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찬성한 것 같다.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사과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강정마을회의 국제관함식 개최 수용은 또다른 마을 주민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주민투표소가 이뤄지는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진입로에는 지난 10년 동안 해군기지 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던 강동균 전 마을회장이 ‘정부·해군 협잡질에 우리끼리 싸우지 맙시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온종일 앉아 있었다. 투표소로 가던 주민들 가운데는 손팻말을 들고 앉아 있는 강 전 회장에게 음료수를 건네기도 하고, 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고생햄수다’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강정마을회가 해군이 오는 10월 열 국제관함식의 제주개최 수용여부를 주민들에게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이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소속 주민도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함께 투쟁했던 주민들의 관함식 개최 수용의사에 대해 서로가 갈등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정부의 사과가 먼저 이뤄지지 않는 한 관함식 개최를 수용할 수 없다며 지난 26일 열린 마을총회와 이날 열린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강 전 회장의 손팻말에도 ‘우리끼리 싸우지 맙시다’며 주민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강 전 회장은 앞으로의 대응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해군은 10년 만에 열리는 국제관함식의 제주해군기지 개최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해군은 지난 3월 주민설명회를 연 데 이어 계속해서 제주 개최를 준비해왔고, 지난 18일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제주를 방문해 제주도와 도의회 관계자, 강정마을 주민들을 두루 만나며 제주 개최를 설득했다.
이 수석은 국제관함식이 제주에서 열리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 갈등과 고통에 대해 유감과 위로의 말을 전하고, 국가차원의 공동체 회복사업을 약속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수용 여부에 관해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국제관함식의 제주 개최를 반대해왔다. 제주도의회도 43명 전체 도의원이 국제관함식의 제주개최 반대결의안에 서명해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 등을 이유로 의장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애초 3월31일 마을 임시총회에서 국제관함식의 제주개최 수용거부를 결의했던 강정마을회도 26일 임시총회를 열어 주민투표를 하기로 하고 이날 투표를 통해 수용했다.
국제관함식 개최 수용을 계기로 주민들간 갈등이 커질지, 아니면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공동체 회복지원사업을 통해 마을이 다시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이제 공은 정부와 해군에 넘겨졌다. 해군은 오는 10월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을 열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