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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자격 없는 교육감 후보의 선거비용 보전 놓고 책임 떠넘기기

등록 2018-07-30 16:41수정 2018-07-30 19:14

박효석 부산 교육감 후보, 10% 얻어 선거비 절반 회수
뒤늦게 법제처가 후보 자격 없다고 유권해석해 대혼란
교육청-교육부-선관위-법제처 서로 책임 넘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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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문현동의 아시아공동체학교는 중·고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학생을 주로 가르치는 대안학교다. 부산시 교육청은 이 학교에 다문화 가정 학생 교육을 위탁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이곳에서 일정한 수업일수를 채우면 이 학교에 오기 전에 다녔거나 등록한 중·고교를 졸업한 것으로 간주한다.

2011년 3월1일~지난 4월30일 이 학교의 교장을 역임한 박효석(50)씨는 부산시 교육감 후보에 도전하기 위해 5월8일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부산시 선관위는 고심에 빠졌다. 교육감 선거에 나서려면 3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박씨의 7년2개월 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 경력이 교육감 후보의 교육 경력에 해당하느냐가 법률상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24조 2항 1호였다.

부산시 선관위는 5월9일 부산시 교육청에 박씨의 교육 경력 인정 여부를 물었다. 부산시 교육청은 같은날 교육부에 같은 요지로 질문했고 교육부는 5월11일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부산시 선관위→부산시 교육청→교육부→법제처가 공문을 주고받는 사이 시간은 흘렀다. 이에 박씨는 5월21일 부산시 교육청과 부산시 선관위,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교육감 후보 등록기간(24~25일)을 하루 앞둔 23일과 후보등록 마지막날인 25일 부산시선관위에 “김씨의 교육경력은 인정할 수 없다. 다만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교육부의 입장을 참고하라”고 통보했다.

부산시 선관위는 박씨의 교육감 후보 등록을 허락했다. 박씨는 6·13 지방선거 교육감 후보로 나서서 10.09%를 득표했다. 4명의 후보 가운데 4위를 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의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준인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법제처는 지난 26일 교육부에 “박씨의 교육 경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교육부가 유권해석을 요청한 뒤 두 달을 훌쩍 넘긴 시점이다. 뒤늦게 박씨의 교육 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다.

먼저 투표 결과 자체가 혼란에 빠졌다. 재선에 성공한 김석준 후보(47.79%)와 2위를 차지한 김성진 후보(27.11%)의 득표율 차이가 20%포인트 이상이어서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3위 함진홍 후보의 득표율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함 후보는 “내가 14.98%를 득표했는데, 박 후보의 등록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득표율이 당연히 15%를 넘어섰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법정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득표율 10~14.9%까지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돌려주고 15% 이상은 전액을 돌려준다.

박씨의 선거비용 보전도 논란거리다. 통상의 경우라면 10.09%를 득표한 박씨는 선거비용 4억4000만원의 절반인 2억20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박씨가 후보 자격 자체가 없었다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미 박씨는 4억4000만원을 지출했고, 부산시 선관위는 박씨에게 선거 비용의 절반을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박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함 후보도 선관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부산시 선관위는 박씨와 함씨의 선거비용 가운데 절반을 다음달 10일까지 지급하고, 향후 법적 다툼이 있다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두고 부산시 교육청, 선관위, 교육부, 법제처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은 “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부 소관이기 때문에 하위기관인 교육청이 유권해석을 할 수 없었다. 교육부의 최종 의견을 달아서 박씨의 교육 경력을 인정할 수가 없다고 선관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은 선관위 소관이지만 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부가 유권해석해야 한다. 교육청이 법제처 유권해석을 참조하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후보 등록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늦어져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공정하고 전문적인 법령 해석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 절차를 준수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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