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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떨어진 반대편서 주검으로…제주 실종여성 ‘미스터리’

등록 2018-08-01 16:44수정 2018-08-02 11:58

가족과 캠핑 중인 7월25일 밤 나갔다가 사라져
세화포구서 100여㎞ 떨어진 가파도 옆서 발견
애초 실족사 추정했으나, 다른 가능성도 제기
경찰이 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인근에서 실종된 최아무개씨를 찾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경찰이 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인근에서 실종된 최아무개씨를 찾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지난달 25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가족과 함께 캠핑 중 실종된 최아무개(38·여·경기도 안산)씨가 일주일 만인 1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인근 해상에서 발견됐다. 최씨의 주검이 실종된 제주도 북쪽 바다에서 100㎞나 떨어진 남쪽 바다에서 발견됨에 따라 애초 실족사로 추정했던 경찰의 수사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가파도 서쪽 1.5㎞ 바다위에서 발견된 주검이 실종된 최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인양된 주검의 목걸이와 허리의 문신 등을 가족에게 확인한 결과 실종 여성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제주 해경은 대정읍 모슬포와 가파도, 마라도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바다에 떠있는 주검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최씨는 아들, 딸과 함께 지난 10일 제주를 찾아 세화포구 인근에서 캐러밴을 빌려 캠핑을 했다. 남편(37)은 최씨가 오기 2주 전에 먼저 제주에 와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지난 25일 저녁 7시30분께 인근 마을 음식점에서 남편과 소주 한병을 반병씩 나눠 마셨고, 이어 오후 10시께 캠핑카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함께 술을 마셨다. 남편이 잠든 뒤인 밤 11시5분께 최씨가 세화포구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는 장면이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혔다. 최씨는 이어 11시13분, 38분에 언니, 형부와 통화를 시도한 뒤 소식이 끊겼다.

경찰이 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인근에서 지난달 25일 실종된 최아무개씨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경찰이 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인근에서 지난달 25일 실종된 최아무개씨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26일 0시10분께 낚시객이 운전하는 코란도가 캠핑카 소형 발전기와 충돌하는 바람에 잠을 깬 남편이 아내가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그 뒤 남편은 혼자 최씨를 찾아 나섰다. 새벽 2시30분께 한 어선 선장이 인근 공중 화장실 주변에서 최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발견했다. 남편은 이날 오후 3시21분께 최씨의 언니를 통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해경은 같은 날 오후 6시30분께 세화포구에서 물 위에 떠 있는 최씨의 슬리퍼 한쪽을 발견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엔 포구에서 동쪽으로 2.7㎞ 떨어진 곳에서 최씨의 슬리퍼 다른쪽을 추가 발견했다. 실종 다음 날 새벽 현장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이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컵과 소주병 등을 치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군 잠수사까지 동원해 수색해온 경찰과 해경은 주검이 세화포구에서 100여㎞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사실에 의문을 표시했다. 해경 관계자는 “지금은 여름이어서 남서풍이 분다. 서귀포 쪽에서 한라산 쪽으로 바람이 분다는 얘기다. 일주일이 아닌 한 달이라도 가파도 쪽으로 주검이 흘러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화 쪽에서 가파도 쪽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기헌 제주경찰청 형사과장도 “실종 지점과 발견 지점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충분히 여러 가지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 당시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렀기 때문에 최씨가 가파도로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표층, 심층 해류의 방향과 조류, 태풍 등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철저하게 사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일 부검을 할 예정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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