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해상에서 지난달 25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최아무개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주검을 수습하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제주에서 가족과 캠핑 중 실종된 뒤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은 범죄가 아니라, 실족 등으로 바다에 빠져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현욱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대학 병원에서 실종 뒤 숨진 채 발견된 최아무개(38·경기도 안산)씨를 부검한 뒤 “결박이나 목 졸림 등 외력에 의한 상처가 없으며, 타살을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익사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익사 가능성은 매우 크다. 주검에서는 전형적인 익사의 특징이 여럿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실종 시간과 관련해 “주검의 부패 정도로 보면 사망한 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며 경찰이 추정하는 실종 시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부검 소견에 따라 실종 뒤 일주일 동안 사고와 범죄 가능성 사이에서 온갖 추측과 논란이 벌어졌던 이번 사건은 실족 등에 의한 사고사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부검 소견대로 최씨가 실족사였다고 해도 주검이 제주도 북동쪽 세화포구에서 정반대인 남동쪽 가파도 해안까지 100여㎞를 이동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제주 북쪽의 추자도에서 실종되면 가파도까지 흘러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세화포구에서 실종돼 성산포를 거쳐 가파도로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 수산과 관계자도 “해류와 조류가 성산포에서 가파도로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 성산포 선주협회 관계자는 “옥돔, 한치, 갈치잡이가 한창이어서 수많은 채낚기 어선들이 성산포와 가파도 인근 모슬포 사이에 출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항·포구도 많은데,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것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성산포의 한 선원은 “주검이 바다에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가 하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조류가 세면 가파도까지 충분히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2007년 제주 동쪽 우도에서 충돌 사고로 침몰한 배가 북서쪽 한림까지 흘러간 경우도 있다. 선주들에게 확인해보니 동쪽 성산포에서 남서쪽 가파도까지 흘러간 경우도 있었다”며 이동이 가능한 거리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되는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검사하기로 했다. 익사하는 경우 물을 들이마시기 때문에 다량의 플랑크톤이 폐에서 검출된다. 검사 결과는 2주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실종은 사고사와 범죄사 사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이 사건이 최근 제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숨진 최씨는 7월10일 제주에 와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가족과 함께 캠핑했으며, 7월25일 밤 11시38분 언니와 마지막 통화를 시도한 뒤 실종됐다. 최씨의 주검은 지난 1일 아침 10시50분 실종 장소에서 정반대 쪽으로 100㎞나 떨어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서쪽 바다에서 발견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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