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원도심인 동구는 인구가 나날이 줄어들어 서·중·영도구와 통합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 산업 쇠퇴로 말미암아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은 ‘쇠퇴’를 거쳐 ‘소멸’의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는 지방의 인구 감소와 쇠퇴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 균형발전과 출산율 개선을 위해 수십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에 이어 2차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지방의 일자리와 교육, 주거 등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나아가 유럽 나라들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수용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온다.
지방정부들이 인구 유입과 관련해 주목하는 사례는 세종시와 혁신도시다. 세종은 출범 6년 만에 인구 20만명이 늘어났고, 공공기관 110곳을 전국 10곳에 이전한 혁신도시에도 지난 6월까지 18만2882명이 입주했다. 이들 도시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기업 등의 일자리를 바탕으로 좋은 주거와 교육 환경을 제공해 급속한 인구 증가를 이끌어냈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2차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대부분이 세종시로 옮겨졌으므로 아직도 수도권에 남아 있는 150여개 산하 공공기관들을 모두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 이와 함께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업-대학-연구소 클러스터(복합 산업단지)를 발전시켜야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도 “문제는 일자리다. 지방 대도시의 인구를 유지, 성장시키려면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주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광역 경제·생활 공간을 계획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 맞는 행정구역 개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들은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교육과 일자리, 주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주는 자동차 생산직 일자리를 나누는 등의 방법으로 청년층 인구 증가를 노리고 있다. 또 여성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박혜미 광주시 정책연구팀장은 “청년과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층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어야 인구가 선순환한다”고 말했다.
부산도 청년들을 붙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청년 창업·취업 지원 재단을 만들고, 청년 구직활동비 지원과 ‘청년 머물자리론’ 등 주거 정책을 준비 중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영유아 시기별 출산·보육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 정책개발팀 관계자는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빠져나가는 젊은층의 정착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다양한 가족과 이민자 수용과 같은 급진적 제안도 나온다. 차우규 한국인구교육학회 회장(한국교원대 교수)은 “세계 최저의 출산율 탓에 인구 감소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동거인 가정, 다문화 가정, 이민자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수용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안관옥 김영동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