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주 비자림로의 일부 구간 도로를 넓히기 위해 삼나무림 900여 그루를 무더기로 베어냈다가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최근 비자림로의 확장·포장 공사로 삼나무숲을 무더기로 베어낸 제주도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무기한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경관 훼손에 대해 사과했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사로 삼나무림 일부가 도로 확장 구간에 포함돼 불가피하게 훼손됐다. 도민과 관광객들로부터 경관 훼손 논란을 불러오게 돼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안 부지사는 이어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 및 포장 공사의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앞으로 제주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삼나무림 훼손 최소화 방안 등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곶자왈사람들과 제주녹색당 등이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 확장·포장공사의 중단과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실시를 촉구했다. 허호준 기자
제주도는 방안 마련 과정에서 도민과 도 의회,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계획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때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제시한 의견에 따라 선족이오름의 훼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로 노선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도로 확장, 포장 공사를 위해 비자림로의 삼나무 군락지인 800m 구간의 도로 양쪽의 삼나무 2160그루를 베어내기로 하고, 현재까지 915그루를 베어냈다. 도는 동부 지역에 증가하는 교통량 처리로 도로 이용자의 편익과 농수산물 수송에 따른 물류 비용 절감, 지역 균형 발전, 지역 주민 숙원 사업 해결을 위해 비자림로 가운데 제주시 조천읍 대천교차로~금백조로 입구의 2.9㎞ 구간을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추진해왔다.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과 제주녹색당 등은 이날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 의회는 비자림로 확장, 포장 공사 진행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