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완 열사(왼쪽)와 양영진 열사. 부산대 민주동문회 제공
전두환 군사정권에 저항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학생들이 30여년 만에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부산대는 지난 24일 열린 2017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과거 민주화 운동 관련 희생자 및 유공자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양영진·장재완 열사에게 명예 학사학위를 수여했다고 26일 밝혔다. 학위수여식에는 양 열사의 누나와 장 열사의 어머니가 참석해 명예 학사학위증을 받았다. 양 열사의 누나와 장 열사의 어머니는 사무치는 동생과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양 열사는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86학번이다. 1987년 문학동아리연합 ‘부대 문학’에 가입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저항의식을 키웠고 대학생 군사훈련인 전방입소 거부투쟁을 했다. 1988년 입영통지서를 받고 집에서 부대로 출·퇴근하는 단기사병으로 입대했는데 10월10일 부산대 재료관 건물 5층에서 조국통일·반미자주·군자주화를 염원하는 유서를 남기고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민주화 성지인 광주 망월동 5·18옛묘지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묻혔다.
지난 24일 부산대 2017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양영진 열사의 누나(왼쪽 끝)와 장재완 열사의 어머니(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각각 동생과 아들을 대신해 명예 학사학위증을 받았다. 부산대 제공
장 열사는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83학번이다. 단기사병으로 복무하던 그는 1987년 3월 버스에서 분실한 학생운동 관련 문건이 경찰과 보안대(현 기무사)에 넘어가면 동료와 조직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화장해서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근처에 뿌렸다고 한다. 그는 뒤늦게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부산대 민주동문회는 지난해 학교 쪽에 두 열사의 명예 졸업장을 건의했다. 이에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쾌히 받아들였다. 전 총장은 “총장에 당선된 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꽃다운 청춘을 바치신 분들에게 졸업장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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