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30일 해남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민수당 도입을 환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월 5만원이라도 물꼬를 터야지요.”
전남 해남의 농민 정거섭(53)씨는 30일 내년부터 군이 농민수당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아쉽지만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미미한 액수지만 농정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월 5만원은 이후 다른 지역에서 논의할 때 하한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농경지 면적이 가장 넓은 전남 해남군이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전체 농가 1만4579가구에 연 60만원씩 지급한다고 30일 발표했다. 군은 농민수당을 두 차례 지역 화폐로 지급해 소상공인한테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민주평화당 소속 명현관 해남군수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농가수당을 소규모 농가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했다. 그는 취임 한 달 만에 농가수당 지원계획을 마련해 행정·농민·시민 등 각계 분야 인사 13명이 참여하는 협의체에 부쳤다. 협의체는 액수를 높여 소규모 농가만 지원할지, 액수를 줄여서라도 전체 농가를 지원할지 토론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빠짐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대상과 액수에 이어 지역 화폐로 지급하자는 방법이 합의됐다. 농촌의 큰손인 농협을 제외한 소상공인의 매출을 높여 농민수당에 대한 군민의 공감을 얻자는 뜻이었다.
해남군은 전국의 기초단체 226곳 가운데 농경지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이다.
농가들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농산물수급 안정에 노력하는 등 공익 의무를 다 한다. 구체적으로는 농약·비닐 등을 제대로 처리하고 가축 사육두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며, 논과 밭 등 농경지의 형태를 그대로 보전하는 등 활동을 하기로 했다.
군 농정과 김상철씨는 “강진에선 올해 논밭직불금으로 연 70만원을 지급한다. 공익가치를 보상하기 위해 농가수당을 지원하는 것은 해남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해남이 농민수당의 물꼬를 텄다. 이 결정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대되기를 고대한다. 정부와 국회도 공익가치를 인정하라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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