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10·19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연대는 4일 순천역에 홍보활동과 서명운동을 펼칠 캠프를 열었다. 순천환경운동연합 제공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순 10·19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연대는 4일 전남 순천시 조곡동 순천역에서 출범식을 열고 홍보활동과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 단체는 두 달 동안 순천역 광장에서 여순사건의 배경과 피해, 영향 등을 담은 4쪽짜리 홍보물을 나눠주고, 특별법을 만들어 70년 동안 묵혀둔 역사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서명을 받기로 했다.
다음달 20일엔 여순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상생과 평화를 염원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펼친다. 인간띠 잇기는 우선 피해지역인 전남 동부권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전국 진보민주단체의 동참을 호소해 청와대와 국회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면담, 청와대에 20만명 국민청원, 국회 주관 학술대회 참여 등 활동도 펼치기로 했다.
국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여순사건은 제주 동포를 학살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단독정부를 강요한 민족 분단세력에 맞섰던 항쟁이었다. 당시 많은 주민이 국가에 의해 무고하게 학살됐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은 고사하고 명예회복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거창사건, 노근리사건, 제주4·3 등 국가폭력에 의한 양민학살은 좌우를 떠나 희생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특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네 차례 발의했던 여순사건 특별법은 번번이 무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국방위의 심사 보류로 잠자고 있다”고 한탄했다.
국민연대는 “정부와 국회가 연내에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나서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70년이 지난 만큼 피해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효승 순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희생자 유족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지방의회, 순천대 여순연구소 등 각계각층이 특별법 제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울·광주·제주 등의 시민단체들과도 굳건히 연대해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여순사건 직후 정부조사를 보면, 1949년 1월10일까지 인명피해는 사망 3392명, 중상 2056명, 행방불명 82명 등 모두 5530명이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여순 10·19 특별법안은 지난 4월 정인화 의원 등 14명이 발의한 뒤 지난 6월 상임위인 국방위원회로 넘겨졌지만 민간인 학살을 부정하는 국방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심사가 미뤄졌다. 이 법안은 희생자·유족 보상,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 묘역 조성과 위령사업 추진, 유족 의료생활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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