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은 부·울·경 지자체가 실무검증 추진
제주 제2공항은 주민들이 사업타당성 의문 제기
대구통합신공항은 대구시민과 민주당이 반대
제주 제2공항은 주민들이 사업타당성 의문 제기
대구통합신공항은 대구시민과 민주당이 반대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된 전국의 신공항 사업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기존 공항의 포화 상태로 인해 추진된 김해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은 사업 타당성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구 시내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시 외곽으로 옮기려는 대구의 통합신공항 계획도 주민 반대에 부닥쳤다.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은 지난 9일 자체적으로 실무검증단을 구성해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실무검증단장을 맡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해을)은 1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해신공항과 관련한 국토부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중간보고 내용을 보면, 동남권(영남권)의 문제 제기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무검증은 활주로 등 공항 시설의 적정성, 장애물 절취(북쪽 산 깎기) 등 안전성, 수요 예측과 확장 가능성, 소음 등 환경 대책, 적법 절차 여부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들은 실무검증단과 국토부의 검증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양쪽의 이견이 조정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국무총리실에 검증위원회 설치도 요청하기로 했다.
김정호 의원은 “실무검증단은 김해신공항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제대로 만들려는 것이지, 신공항 입지와 관련해 대안을 찾으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해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김해신공항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해시의회는 결의문에서 “김해시민들은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 인근 돗대산에 부딪혀 129명이 목숨을 잃은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신공항을 건설하면 비행횟수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인데, 산을 깎지 않아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국토부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사업과 관련해 11일 제주도청 2청사에서 중간보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입지 선정 타당성, 공항 인프라 확충 대안, 후보지 평가 결과 적정성, 후속 조처,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10일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와 제주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부가 주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간보고회를 열어 타당성 재조사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7월 초 국토부와 대책위는 도민 의견 등을 수렴할 검토위원회 구성을 협의했으나, 대책위가 도민 공론 조사를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제2공항 건설로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이 삶터에서 쫓겨나게 됐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건설 예정지의 안개 일수 등 통계 오류, 오름 훼손 가능성, 공군기지 설치 의혹 등이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최근 관광객이 너무 많이 들어와 발생하는 제주 지역의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지적하며 “제2공항이 들어서면 더 많은 관광객이 들어오게 된다. 제주에 공항 2개는 필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동구에 있는 군사 공항과 민간 공항을 한꺼번에 시 외곽으로 옮기는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계획도 시민 반대에 부닥쳤다. 대구시는 공항을 옮긴 뒤 빈터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현재 대구공항은 길어도 20~3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외곽으로 옮기면 최소 1시간 이상 걸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구 시민들이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으로 가고, 결국 대구통합신공항은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위원회’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자유한국당 시의원만으로 구성됐다.
허종 한국항공정책연구소장은 “대구통합신공항은 성격이 다르지만, 김해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지금 와서 사업을 되돌리거나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의 문제 제기를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다만 이 문제를 지방정부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토부 등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호 신공항추진 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공항 경쟁력과 확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 논리에 따라 진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미래를 보고 장기적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이를 바로잡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대선 허호준 최상원 김영동 기자 csw@hani.co.kr
김해신공항 계획도. 오른쪽의 김해공항 활주로와 왼쪽의 김해신공항 활주로가 브이(V) 형태를 이루게 된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와 제주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은 1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관련 사전 타당성 재조사 용역 추진을 비판했다. 허호준 기자
이전 예정인 대구 동구의 대구공항 전경.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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