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문경읍 ‘이천-문경 철도건설 8공구 신풍 터널 공사’ 현장. 백두대간 지역인 이곳에선 날마다 세 차례씩 진동·소음을 동반한 발파가 이뤄지고 있다. 오윤주 기자
요즘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경기 이천~경북 문경 간 철도건설 8공구 신풍터널 공사 현장에선 밤마다 터널 굴착을 위한 발파가 이뤄진다. 현재는 충주까지 뚫는 본 터널 공사에 앞서 연결 통로 등으로 쓰이는 경사갱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백두대간 보호 지역으로, 민가와 400여m 떨어져 있다. 올해 초 시작한 작업은 매일 세 차례(아침·오후·밤) 폭약을 이용해 발파한 뒤 돌·흙 등을 퍼내는 식이다. 발파 때마다 ‘쿵’하는 소음과 진동이 강하게 발생한다. 이 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 발주로 에스케이건설이 지난 2016년 6월 착공해 오는 2021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모두 21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천-문경 철도건설 8공구 신풍터널 공사’ 입구. 지금 본 터널 공사에 앞서 연결 통로 등으로 쓰이는 경사갱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선 날마다 발파가 이뤄진다. 오윤주 기자
시공사 쪽은 발파 작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스케이건설 김아무개 소장은 “터널 공사 특수성 때문에 하루 세 차례 발파하는데, 밤 10시 이전에 하는 발파는 모두 ‘주간 발파’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소음·진동 관리법 시행규칙을 보면, 생활진동 규제 기준상의 ‘주간’은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이지만, 소음 규제 기준에 따른 ‘주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기 때문이다.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저녁’으로 분류돼 주간보다 소음 규제가 강하게 적용된다.
‘이천-문경 철도건설 8공구 신풍터널 공사’ 시공사인 에스케이 건설이 제시한 환경영향평가 심의 의견 조처 계획. 하루 두 차례 발파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 실제론 밤 시간대 발파를 포함해 하루 세 차례 발파가 이뤄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당시 ‘발파에 따른 소음·진동 저감 대책’ 2번에서 ‘백두대간 통과지역 주간 발파(2회/일)’를 명시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 발췌
시공사는 스스로 제시한 공사 계획마저 어겨가며 무분별하게 발파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공사와 관련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의 소음·진동 부문을 보면, “백두대간 통과지역 및 인근 반경 500m 이내 지역은 주간 발파(2회/일) 실시”고 명시돼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의견 조치 계획요약’에도 시공사는 “터널 굴착 시 발파 시간은 ‘1 발파’ 오전 6~7시, ‘2 발파’ 오후 1~6시로 주간 시간대에 발파(한다)”고 밝혀 놓았다.
지난달 22일 밤 9시 25분 야간발파 모습. ‘5·4·3·2·1 발파’소리와 함께 강한 진동·폭발음이 울리자 중장비 등이 터널로 이동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심지어 시공사 주장과 달리 밤 10시 이후에도 발파가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 현장을 모니터링한 한국터널환경학회쪽은 “지난8월7일엔 밤 10시48분에 발파가 이뤄졌고, 당시 현장을 동영상에 담았다. 야간 발파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며 “일일이 발파 일지를 기록해 관리한다”고 맞섰다.
생태 전문가들은 밤 시간대 발파가 멸종위기종인 삵·수달·하늘다람쥐 등 서식하고 있는 백두대간 생태계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성우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해가 지면 밤이란 것은 상식이다. 동식물도 밤엔 사람처럼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이 지난달 22일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이천-문경 철도건설 8공구 신풍터널 공사’ 현장 아래 각서천에 쌓인 뻘 형태의 침전물을 가리키고 있다. 공사 전 각서천은 바닥까지 맑게 보이는 청정하천이었다. 오윤주 기자
공사 현장 아래 하천인 각서천 관리도 문제다. 지난달 22일 오후 찾아간 각서천 최상류 바닥 곳곳엔 검은 침전물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최영오 환경이야기 대표는 “공사 전 각서천은 그냥 마실 수 있을 정도였다.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환경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사에 앞서 지난해 12월 백두대간 환경·생태 조사와 훼손 최소화를 위해 시공사·발주처·전문가·시민단체 등은 ‘백두대간 환경 생태 공동조사단’을 꾸렸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최병환 조사단 공동 대표(환경과 사람들 대표)는 “야간 발파, 각서천 오염, 터널 안 지하수 유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추가 조사·협의한 뒤 적절히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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