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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신세계’는 없었다…경주 조폭 33년 흑역사

등록 2018-10-02 17:43수정 2018-10-03 16:52

1985년부터 경주 조폭들 분열·통합 반복
신세계파 이어 통합파 조직원 검거·처벌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
1985년 경주에는 양대 폭력조직인 성채파와 인호파가 활동했다. 그러다 1990년 성채파는 시내파, 인호파는 변두리파로 재편됐다. 시내파는 말 그대로 시내 유흥가에서, 변두리파는 변두리 유흥가에서 활동했다. 두 폭력조직이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패싸움과 보복 폭행이 끊이질 않았다. 양대 폭력조직은 1996년 조직을 합쳐 조직원 100명이 넘는 통합파를 출범시켰다. 통합파의 두목과 부두목 자리는 시내파 두목 ㄱ씨와 변두리파 조직원 ㄴ씨가 나눠 가졌다. 경주 조폭의 첫 통합이었다.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3년 통합파 두목 ㄱ씨는 조직원들을 시켜 자신에게 대드는 부두목 ㄴ씨를 폭행하고 통합파에서 쫓아냈다. ㄴ씨를 따랐던 변두리파 계열 조직원들은 분노해 시내파 계열 두목 ㄱ씨를 몰아낼 궁리를 했다. 하지만 시내파 계열이었던 당시 통합파 행동대장 김아무개(42)씨가 이를 눈치챘다. 김씨는 변두리파 계열 핵심 조직원들을 통합파에서 쫓아내고 통합파 내 시내파 계열 젊은 조직원들을 장악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통합파에서 쫓겨나온 변두리파 계열 조직원 30여명은 이듬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며 신세계파를 결성했다. 이후 통합파와 신세계파는 걸핏하면 패싸움을 하며 경주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결국 경찰이 나서 2007년까지 통합파 조직원 53명, 신세계파 조직원 38명을 잡아 넣었다. 조직이 급격하게 약해지자 통합파 젊은 조직원들을 이끌던 김씨는 2007년 통합파와 신세계파 조직원 42명을 모아놓고 “서로 가족처럼 지내자”며 다독였다. 결국 신세계파는 통합파에 흡수돼며 두번째 통합이 이뤄졌다.

이후 경주 조폭은 2007~2011년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유흥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는 게 아니라 조폭이 직접 유흥업소 등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젊은 조직원들 사이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챙기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졌다. 결국 2011년 2월 젊은 조직원들이 따르던 정아무개(38)씨가 반기를 들었다. 정씨와 젊은 조직원 20여명은 통합파에서 나와 신세계파를 재건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후 세력 다툼 과정에서 패싸움을 하는 등 다시 말썽을 일으켰다. 결국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0일 대구지법 경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최해일) 법정. 판사는 “피고인은 최근까지도 하위 조직원들을 지휘하고 통솔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통합파 두목 김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를 따르던 통합파 조직원 43명도 모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이나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았다.

앞서 지난 2014~2015년에는 통합파와 함께 경주의 양대 폭력조직이던 신세계파 두목 정씨와 조직원 18명이 검거됐다. 신세계파에 이어 통합파까지 경찰 수사로 산산조각이 나며 경주 조폭의 33년 역사가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 2015년 검거된 경북 경주 신세계파 조직원. 경북경찰청 제공
지난 2015년 검거된 경북 경주 신세계파 조직원. 경북경찰청 제공
장찬익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핵심 조직원들 거의 대부분이 징역형이나 집행유예형을 받아 조직이 사실상 와해됐고, 앞으로 활동을 한다고 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시 조폭단체가 고개를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폭력단체 가입, 단체 활동행위에 대해서도 면밀히 수사하는 등 계속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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