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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소’ 된 대피소…지리산 반달곰 쫓아내

등록 2018-10-10 05:01수정 2018-10-10 10:51

장터목대피소 3㎞ 안 얼씬도 안해
이용객 늘며 쓰레기·소음 부작용
“동면지역 일시 출입통제 시행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들이 국립공원 대피소 주변을 멀찍이 피해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시설인 대피소가 사실상 등산객들의 숙박 시설로 활용되면서 반달곰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상인 천왕봉 길목에 위치한 장터목대피소는 반경 3㎞ 안에 반달곰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용객 제한 등 공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지리산 반달곰의 활동 영역을 조사했더니, 움직임이 포착된 21마리 중 18마리가 모든 대피소에서 2㎞ 이상 떨어져 살고 있었다. 장터목대피소의 경우 반경 3㎞ 바깥에 단 1마리만 서식했고, 갈림길이 많고 수용 인원이 많은 세석대피소에선 1㎞ 이상 떨어진 곳에 역시 1마리만 활동 중이었다. 반면 산림대 한가운데 있고, 탐방로가 적은 연하천대피소 부근에는 3㎞ 안에 3마리가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지리산 반달가슴곰 동면 위치도 이상돈 국회의원실 제공
지난해 지리산 반달가슴곰 동면 위치도 이상돈 국회의원실 제공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국시모)은 9일 “국립공원 대피소가 자연 생태 공간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애초 공원시설인 대피소는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탐방객이 피신하는 공간인데, 언젠가부터 예약한 뒤 묵어가는 숙박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국시모는 “지리산엔 반달가슴곰 50여 마리가 방사됐지만 사람의 소음과 냄새가 있는 대피소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천왕봉은 연중 해맞이 산행이 이어지고 대피소 3곳이 인접해 있어 그 주변에서 겨울잠자는 곰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설악산·덕유산·북한산 등 전국 국립공원에 대피소 20곳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80%는 자연보존지구(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자연 생태계가 원시적이어서 특별히 보존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면서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대피소 수용 정원을 늘리면서 생태계 훼손 우려가 높아졌다. 지리산의 경우 대피소 8곳의 수용 정원이 지난 2009년 754명에서 올해 844명으로 90명 늘었다. 이 과정에서 탐방객이 남긴 음식, 쓰레기, 배설물 등도 늘었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냄새와 헬기 소음도 발생해 반달곰 등 야생동물의 서식환경도 나빠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윤주옥 국시모 대표는 “지리산의 모든 대피소가 반달곰특별보호구역 안에 있는 만큼 수용 정원을 줄이고, 탐방 날짜·시간 예약제와 동면지역 일시 출입통제를 시행해야 한다. 지리산은 과거에 반달곰의 영역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시모는 오는 22일 환경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피소의 기능을 현행 편익시설에서 안전시설로 재분류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장기 대안을 검토 중이다. 강길영 공단 방재관리부 차장은 “대피소 다수를 안전시설로 바꾸고, 일부는 연구·체험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등에선 고지대 대피소는 고산생태연구센터, 중산간에 위치한 대피소는 국립공원현장학교 등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최근 3년 동안 전국의 국립공원 대피소 20곳의 연평균 탐방객은 12만3000명, 이 가운데 8곳이 있는 지리산은 8만2000명이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의 홍보활동 그림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의 홍보활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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