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이견으로 중단된 부산시의 간선급행버스(BRT=빠른버스) 공사가 넉 달 만에 재개된다. 부산시는 처음으로 도입된 공론화위원회에서 비아르티 사업의 계속 추진을 결정했다. 그러나 부산시로서는 첫번째로 도입한 공론화위여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부산시 간선급행버스(BRT) 공론화위원회는 10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가 공사를 중단한 내성교차로~서면(5.9㎞), 해운대 운촌삼거리~중동지하차도(1.7㎞) 비아르티 공사의 재개 여부를 묻는 세 차례 조사에서 모두 공사 재개 의견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 5~6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시민참여단이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전문가 토론을 듣고 있다. 부산시 제공
공론화위의 의견은 처음부터 공사 재개가 더 많았으나, 학습·숙의 과정을 거치며 공사 재개 의견이 더 강해졌다. 먼저 표본으로 뽑은 2585명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9월7~18일 벌인 면접 조사에선 공사 재개가 공사 중단보다 8.2%포인트 더 많았다. 또 시민참여단 141명이 지난 5~6일 학습·숙의 과정에 들어가기 실시한 첫 설문 조사에서도 공사 재개가 공사 중단보다 1.4%포인트 더 많았다.
특히 학습·숙의 뒤 시민참여단의 두번째 설문 조사에선 공사 재개가 공사 중단보다 22%포인트나 더 많이 나왔다. 학습·숙의가 공사 재개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이다. 공론화위의 한 관계자는 “비아르티가 중단되면 이미 투자된 23억원은 손실 비용으로 처리되고, 중앙정부 예산 12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2014년부터 시작된 비아르티 논란은 4년 만에 일단락됐다. 이날 부산시는 “권고안을 받아들여 중단된 두 구간의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서울시와 세종시에 이어 비아르티를 본격 도입한 국내의 세번째 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부산시는 2014년 7개 주요 도로 88.7㎞의 2개 중앙 차로를 24시간 버스 전용으로 바꾸는 비아르티 공사를 시작해 올해 1월 부산 동래구 내성교차로~해운대구 운촌삼거리 8.7㎞를 1차로 개통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비아르티 재검토를 공약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된 뒤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가 끝난 구간 외에는 공론화위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번 공론화위는 논란이 뜨거운 문제를 처음으로 시민들의 학습·숙의를 통해 해결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엔 주요 정책에 대해 중앙·지방 정부가 사실상 결론을 내린 뒤 공청회 등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과거 부산시는 해운대해수욕장 앞의 초고층 아파트·호텔 건설이나 용호만 매립지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 등 특혜·환경 파괴 논란이 많은 사업을 그대로 밀어붙인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해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해 심각한 갈등이 불거졌다.
앞으로 공론화위가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위촉된 전문가들 가운데 일부가 공론화위 자체를 반대하다가 사퇴하는 등 전반적으로 공론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오문범 공론화위원장은 “시민 공론화 과정은 진보한 민주주의 절차이며 앞으로도 더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의 공론화는 신중히 해야 하고, 주요 정책을 무분별하게 공론화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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