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수동에 있는 ‘책방골목’. 한국전쟁 때 평양에서 피난 온 청년이 포장지를 깔아놓고 벌인 책 노점상이 책방골목의 출발이었다. 그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만화책 몇 권과 번역문을 빌려주다가 본격적으로 헌책을 모아 팔았다. 이후 문간방을 빌어 연 책 가게들이 잇따랐고, 책방골목은 부모 세대들의 교육열로 197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지금까지도 책방골목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한 최대 규모 헌책방 거리다. 상업성이 없어 외면받았지만 문헌적 가치가 높은 책들은 여전히 이곳으로 모인다. 절판된 책들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전국의 새 책과 헌책이 모여있는 책방골목에서 19~21일 ‘2018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축제’가 열린다. 주제는 ‘책 마을로 가자’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올해로 15회째 맞았다. △책으로 만든 책 탑 쌓기 △나만의 책 만들기 △책방에서 보물찾기 △특별한 북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조선 초기 <금강경>, 고지도,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희귀 교과서 등 조선시대에서 1950년대까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던 고서 전시회도 준비됐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운동과 관련된 알림 글과 자료 등 팔지 않는 도서전 등도 축제에서 볼 수 있다. 또 책방골목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과 클래식 공연, 거리공연 등 볼거리와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보수동 책방골목번영회 관계자는 “전국 유일의 헌책방 밀집된 곳답게 골목이라는 장소를 활용한 축제에 특별함이 녹아 있다.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 나들이를 즐기며 책과 더욱 가까워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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