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1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의 검증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한겨레> 1면에 낸 광고.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경기지사의 전 운전기사 ㄱ(58)씨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경찰의 수사는 이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된다.
수사를 시작한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이 아이디의 주인을 찾지 못했던 경찰은 지난 16일 ㄱ씨에 대한 조사에 기대를 걸었다. ㄱ씨의 진술에 따라 수사가 쉽게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까지 대동한 ㄱ씨는 6시간 동안의 참고인 조사에서 자신의 고백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고, ㄱ씨의 입만 바라봤던 경찰은 또다시 미궁에 빠저버렸다.
그러나 경찰은 ㄱ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등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하면서 트위터 계정(아이디)을 여러 개 써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 (해당 아이디를) 내가 만들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 점을 중시하고 있다. ㄱ씨의 발언은 자신이 그 계정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만들었는지 아닌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의 주인을 방증할 수 있는 다른 근거를 찾는다면 의외로 쉽게 실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다음 팬카페 운영자가 2013년 이른바 ‘혜경궁 김씨’에게 보낸 메시지
경찰은 또 이 지사 팬카페 운영자 ㅊ씨가 지난 14일 조사에서 “ㄱ씨가 2013년 1월 문제가 된 트위터 아이디(@08__hkkim)를 바꾸기 전 아이디(@09__khkim)로 표창원 의원(당시 경찰대 교수)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한 방송에 출연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리트윗한 것을 봤다. 이때 ㄱ씨가 이 시장의 수행원 가운데 한 명이었을 것으로 판단하고ㄱ씨를 추궁해 고백을 받았다”고 말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아이디를 여러 개 운영하기 위해서 숫자를 @08에서 @09로, 영문자를 kh를 hk로 바꾸는 일은 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지사의 방송 출연 당시 수행했던 공무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하거나 ㄱ씨와 ㅊ씨, 수행 공무원 등의 대질 조사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ㄱ씨를 불러 조사한 뒤부터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진술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제가 된 트위터 아이디의 주인은 6·13지방선거 당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비방하는가 하면, 이 지사가 예비후보로 나섰던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당시 대통령 경선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일부에서는 해당 트위터 아이디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의 알파벳 이니셜이 같다는 점을 들어 부인 김씨의 아이디라고 지목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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