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탑골샘에서 발원해 태화강의 본류를 이루는 대곡천변에는 선사시대에 조성된 두 개의 바위그림(암각화) 유적이 2㎞ 거리를 두고 나란히 남아 있다. 상류 쪽의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30여곳의 암각화 유적 가운데 가장 처음(1970년) 학계에 보고된 유적이다. 너비 9.5m, 높이 2.7m 정도의 위쪽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장방형 바위면에 청동기에서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동물과 사람, 추상적인 기호 그림에다 글씨까지 새겨져 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는 약 너비 20m, 높이 70m 규모의 대곡천변 바위 절벽 안의 너비 8m, 높이 5m가량 되는 부분에 고래를 비롯해 호랑이·사슴·멧돼지 등 동물과 사람 등 3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약 7000~3500년 전의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지구 상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포경) 유적이면서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 문화를 대표하는 인류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곡천의 두 암각화 유적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이 23일 울산박물관 대강당에서 국내외 암각화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하는 ‘2018년 대곡천 암각화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해 6월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사적 가치 규명을 위해 ‘고래와 암각화’를 주제로 연 첫 암각화 국제학술대회에 이은 두 번째 국제학술대회다. 주제도 ‘고래와 암각화-두 번째 이야기’로 정했다.
국내는 물론 러시아·노르웨이·프랑스·영국 등 5개국 전문가들이 나와 △알래스카 북서부지역의 목재와 선박기술을 통한 고래잡이 고찰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해안의 해양수렵 암각화와 작살 △홀로세 울산지역의 해안 환경변화와 반구대 암각화 △노르웨이 알타지역의 해양 포유류 암각화 △러시아 카렐리야 암각화의 탁본과 석고모형, 암각화 복제 가능성 △러시아 오네가 호수 바위의 벨루가 고래 등 6건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이어간다.
암각화박물관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암각화에 표현된 고래와 선사시대 고래 문화를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대곡천 암각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규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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