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유니스트 생명과학부 교수 유니스트 제공
간은 그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간 질환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병세가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회복이나 치료도 어렵다. 박지영(42)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생명과학부 교수가 만성 간 질환 예방과 치료제 개발의 단서를 찾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최근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의 하나인 ‘엔도트로핀’이 간 조직 안의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만성 간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미국의 병리학 분야 학술지 <병리학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엔도트로핀은 박 교수가 2012년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비만과 암의 연결고리를 연구하던 중 처음 찾아낸 물질로, 비만 때 지방세포에서 엔도트로핀이 크게 늘어나면서 유방암의 전이와 항암제 내성뿐 아니라 당뇨 환자의 합병증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엔도트로핀에서 나오는 신호가 간세포를 죽이고, 죽은 간세포에서 나온 물질이 다른 세포와 상호작용해 염증을 일으키고 간 조직을 굳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만성 간 질환과 간암까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 조직에 엔도트로핀이 많을수록 간암 환자의 생존율이 떨어지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결과도 찾아냈다.
박 교수는 “엔도트로핀의 활성을 억제하는 치료용 항체를 사용하면 간 조직 세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엔도트로핀이 만성 간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맞춤 치료제의 표적 물질로 개발될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도트로핀은 세포 밖에 존재하는 물질이라 혈액에서 쉽게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용 항체와 치료약물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연구개발 지원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개인기초핵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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