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는 가야고분군 7곳 중 하나인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 경남도 제공
‘철의 왕국’ 가야의 뛰어난 문화 수준을 증명하는 고분군(옛무덤떼)이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가야는 기원 전후 한반도 남부에서 태동해 562년 대가야가 멸망할 때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 부여 등과 어깨를 나란히 국가였다. 단일 왕국을 이루지는 못해 12개 이상의 작은 나라들로 이뤄져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780여곳의 고분군, 수십만기의 고분을 통해 당시 가야의 뛰어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가야문화권인 경남·경북·전북 등 지방정부가 5년째 힘을 모아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등재를 위한 첫 단계는 오는 12월 문화재청이 선정하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에 선정되는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로 검토되는 곳은 모두 7곳이다.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돼 가야의 시작과 왕묘의 출현을 보여주는 김해 대성동고분군을 비롯해 가야에 순장 제도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함안 말이산고분군, 일본·중국은 물론 서역과도 교류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합천 옥전고분군, 가야고분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고령 지산동고분군, 하나의 봉분에 무덤 여러 기를 순차적으로 조성한 고성 송학동고분군, 화려한 장식마구와 금동관 등이 출토된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중국계와 백제계 유물이 출토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등이다. 지역별로는 경남 5곳, 경북 1곳, 전북 1곳이다.
애초 2013년까지는 경남과 경북이 제각각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하지만 가야고분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올해 3~4월 문화재청과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회를 열어 7곳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문화재청은 내년 7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을 최종 선정해, 2020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등재 여부는 2021년 7월 결정된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의 박미정 학술연구팀장은 이번 등재 추진에 대해 “문헌자료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주변 삼국의 역사 속에 숨어있던 가야사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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