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광주시내에서 항일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광주학생독립운동동지회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89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주관 기념식이 열린다.
25일 국가보훈처와 광주시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은 11월3일 오전 10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 아시아문화전당 문화광장에서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주관 행사로 치른다. 이를 위해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11월3일을 공식 기념일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념식은 지금까지 광주시 교육청이 열던 조촐한 지역 행사에서 보훈처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국가 행사로 격이 높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보훈처 업무보고 때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이 그 역사적 의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정부 주관으로 행사가 치러지면 광주일고(당시 광주고보)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 정당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의 의미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이 참석하면 1964년 박정희, 1999년 김대중에 이어 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가 된다.
일본인 학생의 한국인 여학생 희롱을 다룬 당시 신문 보도광주시교육청 제공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과 6·10 만세운동과 함께 일제 강점기의 3대 항일운동으로 꼽힌다. 이 운동은 1929년 10월30일 전남 나주역에서 벌어진 한국인 여학생 희롱에 격분한 광주고보 학생들의 항일시위로 촉발됐다. 분노한 학생들의 동맹휴학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일제 총독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일제는 참가한 학생 5만4000여명 중 1462명을 구속하고, 2912명을 퇴학·무기정학 처분하는 등 강경 탄압으로 대응했다.
정부는 지난 1953년 11월3일을 ‘학생의 날’로 제정했으나, 유신정권은 1973년 학생 시위를 우려해 이를 폐지했다. 이후 1984년 다시 ‘학생의 날’로 부활했고, 2006년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로 바뀌었다.
시교육청 혁신교육과 이흥배 장학사는 “학생독립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기리고자 보훈처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다. 일제에 항거한 학생들의 의기와 희생, 영향을 고려할 때 국가가 기념하는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조처”라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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