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일가족 살인 사건 용의자로 추정되는 신아무개(32)씨가 범행장소인 맨션으로 들어오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이 둔기와 흉기 등에 맞아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5일 밤 10시31분께 부산 사하구의 ㄷ맨션에서 조아무개(33)씨와 조씨의 할머니(84), 아버지(65), 어머니(57)가 흉기와 둔기 등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의 고모부는 “불꽃 축제에 함께 가려고 연락을 했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관과 함께 잠긴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더니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거실에서,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조씨의 주검에는 흉기와 둔기로 인한 상처와 목 졸린 흔적이 있었다. 용의자 신아무개(32)씨는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용의자 신씨가 숨진 일가족 가운데 손녀인 조씨와 교제하던 사이라는 주변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지난해 10월 조씨와 함께 신씨의 어머니 집에서 한 달동안 함께 살았다. 이후 신씨는 경남 양산에서 전세방을 구해 조씨와 함께 살다가 최근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조씨와 헤어진 뒤 힘들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신씨가 조씨와 헤어진 뒤 앙심을 품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신씨가 지난 24일 오후 4시12분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한 채 가방을 들고 조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는 50여개가 넘는 물건이 있었다. 경찰은 “(신씨가 들고 온) 가방 안에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집에는 조씨의 아버지만 있었고, 이후 조씨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례로 집으로 들어갔다. 조씨는 지난 25일 새벽 0시7분께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신씨가 집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차례로 둔기 등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이웃 주민(23)도 “지난 24일 밤 조씨의 집에서 고함 등이 들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씨 등의 휴대전화를 정밀 분석하고, 주변인 탐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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