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산책 중이던 하점연 할머니. 나눔의 집 제공
또 한명의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자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생존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27명으로 줄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은 26일 오전 6시8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하점연 할머니(97)가 건강 악화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나눔의 집 설명을 종합하면, 하 할머니는 15살 되던 1936년 봄, 일본 오사카에 사는 언니네 아이들을 돌봐주러 갔다가, 이웃 한국인 아주머니가 한국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따라나섰다가 한 공장으로 끌려갔다. 이후 할머니는 대만, 하이난섬, 홍콩, 중국, 광둥,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겪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4월, 25살의 나이로 부산으로 귀국해 서울에서 지내다가 2016년 5월부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을 해왔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하 할머니께서 직접 낳진 않았으나,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하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라는 소망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통한의 세월을 뒤로하고 눈을 감으시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다”며 “민주당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과 고통을 풀어드리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각고의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중앙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하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27명으로 줄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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