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이 아름다워 카페와 레스토랑, 펜션 등이 몰려 있는 제주시 애월읍 한담마을에는 원주민이 한 명밖에 없다.
“로망을 가지고 제주에 왔던 이들이 다른 로망을 찾아 떠나는 사례도 있습니다. 제주에서 1~2년 살아보니 좋기는 한데, ‘한 달 살이’로 왔다 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주 이주 10년 차이면서 <제주 살아보니 어때?>라는 책을 내기도 한 인 홍창욱(41) 농업회사법인 공심채 대표는 28일 “주변에서 제주살이하다 떠난 경우도 있다. 카페나 식당, 게스트하우스 창업 등의 사업이 제주에서는 포화한 상태여서 사업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부분도 이주 열풍을 주춤거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6년 동안 제주를 뜨겁게 달궈온 ‘제주살이’ 열풍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최고 1700여명을 넘나들던 제주지역의 순유입 인구수(전입-전출)가 5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8년 9월 국내 인구 이동’ 현황을 보면, 지난 한 달 동안 제주지역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46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27명에 견주면 62%나 줄어든 수치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순유입 인구는 81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47명보다 줄었다. 특히 올해 3분기(7~9월) 순유입 인구는 21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53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지역은 지난 2009년 1015명이 다른 지역으로 순유출된 이후 2010년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제주지역의 순유입 인구는 2010년 437명을 시작으로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1년 2343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1112명의 순유입 인구를 기록했고, 2015년 1만4257명에 이어 2016년 1만463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1만4005명이 순유입됐다.
이주민 김아무개(55)씨는 “주거비 등 정주 비용의 급증과 건설경기 위축에 따라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데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늘고, 교통과 환경문제 등이 대도시 못지 않게 심각해지면서 이주민 증가세가 주춤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제주와 함께 귀농·귀촌지로 주목받던 강원도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순유입 인구가 마이너스가 되는 등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강원도 순유입 인구는 -4642명을 기록했다. ‘강원도 살이’ 열풍이 ‘강원도 이탈’로 역전된 것이다. 강원의 순유입 인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강원도 순유입 인구는 2007년까지 마이너스 6146명을 기록하는 등 강원도를 떠나는 전출 인구가 더 많았다. 하지만 2008년 처음으로 순유입 인구 1310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 사회적·경제적 요인과 정부의 지원 등 영향으로 귀농·귀촌 흐름이 본격화한 것이다. 그러나 2015년 4773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순유입 인구는 2016년 1892명, 2017년 2035명 등 최근 들어 주춤댔다.
‘탈강원’ 현상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과도한 개발이 ‘탈강원’을 부추기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에 살다 속초에 정착한 주경란(64)씨는 “주위에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반해 속초로 온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고속도로 개통 등 영향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집값이 오르는 등 개발 광풍이 불었다. 그래서 떠난 사람도 상당수고, 강원도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특수가 끝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평창올림픽을 치르면서 강원도로 유입됐던 인구가 올림픽이 끝나자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올해 순유입 인구가 갑자기 줄어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올해만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인지, 아니면 앞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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