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역이 신설되면 위축이 우려되는 오송역. 충북도 제공
고속철도(KTX)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논란이 충청지역을 넘어 호남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세종뿐 아니라 호남권 의원들까지 세종역이 필요하다며 세종역 신설을 지지하고 나섰고, 일부는 호남선 직선화까지 주장하는 상황이다. 충북권 의원들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세종역 신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세종역 신설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종역 건설은 애초 세종시 건설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다. 세종역을 건설해도 노선이 세종 청사를 관통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거리·비용 절감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장관은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세종역 건설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 상황에서 세종역 건설은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호남선이 오송으로 우회하면서 호남 주민이 시간·요금 등의 손해를 보고 있다. 천안아산역~세종역~익산을 연결하는 호남선 직선화가 필요하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지역 간 마찰, 중복 투자, 효율성 등의 문제를 종합 검토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변재일, 오제세, 이후삼 의원 등 충북지역 국회의원 3명은 이날 오후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긴급 면담했다. 이들 의원은 “세종역 신설과 천안~서세종~공주 간 호남선 KTX 단거리 노선 요구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오송역을 KTX 분기역이자 세종시 관문역으로 정한 노무현 정부 결정을 뒤집는 것이다. 일부 정치권의 요구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세종역 설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천안~공주 간 노선도 비용이 많이 들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 촉발된 세종역 신설 논란은 세종과 충북 간 마찰을 넘어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세종시는 내년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2022년 착공해 2025년 개통 계획을 마련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역 신설을 놓고 충북 등 지역 간 이견이 있어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차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난 만큼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이 제안한 호남고속철도 직선화 방안(붉은색). 지금 호남고속철도는 경부·호남 고속철도 분기역인 오송을 경유하고 있지만 이 의원은 세종을 경유하는 천안~공주 직선화를 제안했다. 이용호 의원실 제공
호남 의원들의 호남선 직선화 제안도 세종역 신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4일 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 “세종시가 사실상 행정수도 역할을 하면서 도시가 확장하고, 인구도 는다. 세종역이 포함된 호남선 직통 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성용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 23일 충북도 국정감사에서 “세종역은 국민 편익 차원에서 필요하다. 충북이 국민입장에서 양보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시종 충북지사는 “세종역은 안된다”면서도 “충북은 호남에 빚을 졌다. 호남의 불편을 덜어 드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3일 충북도청에서 충북도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의원들은 KTX 세종역 설치 논란을 집중 질의했다. 오윤주 기자
호남권 의원까지 나서 세종역 신설을 지지하자 충북도의회·청주시의회 등은 관련 특위를 꾸렸으며, 충북 의원은 30일, 호남권 의원들은 31일 국회에서 각각 모임을 열기로 하는 등 지역간 세 대결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변재일 의원실 관계자는 “호남권 의원 모임을 의식해 모임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세종역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오윤주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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