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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막고 거리에 테이블…서촌 온 파리지앵 “프랑스 같아요”

등록 2018-11-04 15:59수정 2018-11-04 21:28

4일 낮 서울 서촌서 ‘보행자 전용 거리’ 열어
옛 옥류천길로 가장 보행자 통행 많은 거리
주민 대표 “차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보여줘”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사람들.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사람들.
“여긴 프랑스 같네요.”

한국에 처음으로 여행을 왔다는 프랑스인 마린 파스칼은 4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거리에서 열린 ‘보행자 전용 거리’ 행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엔 보행자 전용 구역이 많은데, 여기처럼 테이블을 가져다 놓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파스칼과 함께 이날 행사 이름이기도 한 ‘모두를 위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한 친구도 “이런 분위기의 거리를 좋아한다. 한국에선 이런 거리를 처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한국에서 거의 처음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보행자 전용 거리’ 행사가 열렸다. 이날 서울 서촌의 통인정자에서 금상고로케까지 130m 구간에서 열린 이 행사의 주최자는 청운효자동 마을계획단 교통환경분과 주민들이다. 이들은 이날 낮 12~4시 이 거리에서 차량을 막고 보행자 전용 거리를 만들었다. 18개의 테이블과 20개의 푹신의자, 공유자전거 홍보부스 등이 마련됐다.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에 몰려든 시민들.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에 몰려든 시민들.
처음에 쭈뼛거리며 이 거리를 피해가거나 테이블에 앉기를 주저하던 시민들은 주민들의 안내와 테이블 위에 놓인 ‘모두를 위한 테이블’이란 이름을 보고 하나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이 곳에 편안히 앉아 차를 마시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제기차기 행사, 거리 바닥에 분필로 그림 그리기 행사가, 젊은이들을 위해서는 버스킹 공연이 열렸다.

가족들과 경복궁에 놀러왔다가 이날 우연히 이 거리에 들어섰다는 김경권(41)씨는 “외국에 온 것 같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많다면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 집 앞에도 이런 거리가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 보니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공연을 하는 등 행사가 많은데, 행사가 없더라도 그냥 편히 앉아서 쉴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 행사에서 버스킹하는 연주자들.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 행사에서 버스킹하는 연주자들.
보행자 전용 거리를 만들면 차를 갖고 오는 사람들이 불편해서 상인들이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날 이 거리의 상인들은 그런 우려를 불식했다. 이 거리에서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최신우(35)씨는 “평소에는 차가 다녀서 손님들이 많이들 불편해 한다. 오늘은 거리에 놓인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어서 손님들이 좋아한다. 요새 불경기여서 음식점들도 어려운데, 이런 행사를 주말마다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거리는 과거에 청계천의 상류 가운데 하나인 옥류천이 흐르는 곳을 복개한 길이다. 서울 도심의 대표적 경승지인 수성동에서 시작해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에 이르는 옥류천길은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아름다운 서울의 옛길’ 가운데 1번 길이기도 하다. 옥류천길의 전체 길이는 800m에 이르는데, 이날은 130m 구간에서만 행사가 열렸다.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 행사에서 푹신의자에 앉아 쉬고 노는 사람들.
4일 낮 서촌 주민들이 연 ‘모두들 위한 테이블’ 행사에서 푹신의자에 앉아 쉬고 노는 사람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청운효자동 마을계획단 장민수 교통환경분과장(서촌주거공간연구회장)은 “이 거리는 과거 옥류천이 흐르던 곳이며, 지금은 서촌 주민과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걷는 길이다. 그런데, 차량들이 아무런 제한없이 다녀서 보행자들이 많이 불편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동네의 거리는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는 뜻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청운효자동 마을계획단은 이날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짐에 따라 이런 행사를 좀더 자주 여는 방안을 서울시와 종로구에 제안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청운효자동 마을계획단에서 제안했고,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해 이뤄졌다. 마을계획단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동네를 바꿔나가는 서울시의 주민공동체 사업이다.

‘모두를 위한 테이블’ 행사에 참여한 공유 자전거.
‘모두를 위한 테이블’ 행사에 참여한 공유 자전거.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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