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은 1일 제주4·3 당시 상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주민 학살을 막아낸 ‘경찰 영웅’ 고 문형순 서장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4·3이 재조명되면서 70년이 지난 지금에야 당신의 업적을 인정받게 됐으니 늦었지만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강순주(86·서귀포시 표선면)씨는 1일 제주경찰청에서 제주4·3 당시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민간인 학살을 막아낸 ‘고 문형순(1897~1966) 경찰서장 추모흉상 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 8월 성산포경찰서장이었던 문 서장은 당시 계엄사령부의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에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는 글을 쓰고 공문을 돌려보내 주민 221명의 목숨을 살렸다.
강씨는 “성산포경찰서에 수감된 저를 포함한 죄 없는 사람들을 훈방하면서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대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4·3 때 처형 위기에서 생존한 고춘언(94·서귀포시 대정읍)씨도 이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참석해 4·3 당시 주민들을 살려낸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모슬포경찰서장이었던 1948년 12월에는 처형 위기에 놓인 지역주민 100여명에게 자수를 권해 이들을 훈방했다. 주민들은 문 서장의 이런 행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5년 7월 서귀포시 대정읍에 그의 공덕비를 세웠다. 제주4·3평화기념관에 ‘4·3 의인’ 코너에도 실려 있는 고 문 서장은 지난달 25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현양됐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