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6일 청주시청에서 진주산업(지금 클렌코) 쪽이 북이면 주민협의체 서청석·유민채씨 등에게 제기한 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과다 배출해 물의를 일으킨 충북 청주의 진주산업(지금 클렌코)이 기자회견·집회 등을 통해 해당 업체의 환경 오염 문제를 꼬집은 주민을 상대로 표적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소송을 당한 주민의 ‘서포터’로 나섰다.
유민채(49·북이면주민협의체 사무국장)씨는 6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업무방해(행위 금지 가처분) 및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3000만원) 소송 1차 심리 뒤 분통을 터뜨렸다. 유씨는 “발암 물질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업체가 바로 옆에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마을이 죽어가는 게 보이는데 어떻게요”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충북 청주시 북이면 마을에 들어선 폐기물처리업체 진주산업이 지난해 11월 다이옥신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이 환경부 조사 등에서 드러나자, 같은 해 12월 이웃 등과 진주산업 관련 북이면 주민협의체를 꾸렸다. 이들은 2016년 이 업체가 들어설 때도 협의체를 꾸려 반대했다.
협의체는 지난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주산업 허가 취소 촉구 기자회견과 서명운동 등을 벌였다. 그 사이 청주시는 지난 2월 진주산업의 허가를 취소했다. 시는 진주산업이 애초 계획량보다 많은 소각을 하면서도 변경 이행(소각량 변화) 신청을 2차례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진주산업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청주지법은 청주시의 조처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 8월16일 진주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진주산업은 “그동안 지역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데 반성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진주산업은 승소 3일 전인 8월13일 주민협의체 사무국장 유씨와 위원장 서청석(50)씨 등 2명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회견·집회 등을 주도한 서씨와 유씨가 ‘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률 이 높은 것이 진주산업 때문’이라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겉으론 ‘반성’을 내세웠지만 뒤에선 주민들의 ‘반성’을 요구한 것이다.
북이면주민협의체가 지난 5월 설문 등을 통해 밝힌 주민 질병 조사표.북이면 주민협의체 제공
유씨는 “4년 전부터 이장을 맡고 있다. 진주산업 등 마을에 소각업체 3곳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전입은 줄고 이사는 크게 늘었다. 인구도 줄고, 집·땅값도 떨어진다. 암 등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작은 농촌 마을공동체를 꾸려 오손도손 살고 싶은 꿈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난생처음 소송을 당해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당당하게 맞서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원군도 있다. 소송을 당한 주민들을 위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나선 것이다. 충북지역 환경·시민단체 11곳은 6일 청주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산업 쪽에 소송 취하를 촉구했다. 이들은 “적반하장격인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주민은 계속 싸울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주민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 업체가 우리 단체에도 후원금 300만원을 슬쩍 보내와 확인 뒤에 돌려준 일이 있다. 기관·단체는 로비로 구워삶고, 몇몇 주도적인 주민에겐 소송이라는 재갈을 물리려는 악의적 행태다. 시가 나서 주민을 지원하고, 발암 물질 과다 배출 업체의 허가를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주산업 쪽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것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 지금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법원 판단에 맡기려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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