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인 2006년 8월 친구들과 경남 남해에 놀러 갔던 ㄱ(당시 26살)씨는 민박집 근처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다가 술 취한 남성의 습격을 받았다. 이 남성은 성폭행을 시도했고, ㄱ씨는 강력하게 저항했다. 이 남성은 ㄱ씨에게 전치 2주 상처를 입히고 그대로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남성이 흘리고 간 물건을 현장에서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이 남성의 유전자(DNA)를 검출했으나, 신원을 밝히지는 못했다. 유전자로 신원을 밝힐 때는 이미 확보된 전과자 등의 유전자와 비교를 하는데, 비교 결과 일치하는 유전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2016년 8월 공소시효 10년도 완성됐다. 미해결 사건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대검찰청 유전자분석실이 동일한 유전자를 찾았다고 경남 남해경찰서에 통보했다. 2007년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5년 만기출소한 ㄴ(47)씨의 유전자가 2006년 확보했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대검 유전자분석실은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보관 중인 유전자 대조작업을 부정기적으로 시행한다. 4년 전에도 유전자 대조작업을 벌였으나, 당시는 확보 중인 유전자 중에서 ㄴ씨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번엔 일치하는 유전자를 찾은 것이다.
남해경찰서는 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의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법률은 2010년 4월1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법을 적용하는 원칙에 따라 경찰은 이 법률을 적용했다. 2016년 8월로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했다. 특례법은 ‘성폭력범죄는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고 돼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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