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9일 새벽 불이 나면서 최소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 ㄱ고시원이 3년 전 서울시의 ‘노후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가 건물주의 반대로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5년 해당 고시원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는 건물 운영자가 시의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사업을 신청했으나, 건물주가 반대해 최종적으로 설치가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시는 서민주거 안전을 위해 무직, 일용직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실질적 거주지로 이용되는 고시원에 대해 소방 안전시설 설치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2012년부터 벌이고 있다. 올해도 22곳의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지원대상은 2009년 이전에 지어진 낡고 영세한 고시원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대상은 아니나, 거주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취약계층이고 시설이 낡아 화재에 취약한 고시원에 4억여원을 들여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주는 대신 고시원 운영자는 5년간 거주자들의 임대료를 동결하는 조건이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도 건물 운영자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여 관할 종로구청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신청했고, 시가 심사해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최종 설치 단계에서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물주가 왜 최종 단계에서 동의하지 않았는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된다”며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더라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