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광주북부경찰서 역전지구대에서 외삼촌을 만난 고씨(오른쪽) 광주북부경찰서 제공
그리운 어머니를 찾아 태평양을 건너온 국외 입양소년이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을 찾았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0일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귀국했다 지갑을 잃어버려 곤경에 처한 미국 시민권자 고아무개(37)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25년 만에 가족을 다시 만났다”고 밝혔다.
고씨는 12살이던 1993년 미국 보스턴으로 한국 이름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입양됐다. 이후 무난하게 성장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과 결혼을 하는 등 시민권자로 생활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낳아준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져 전날 작은 옷 가방 하나만 달랑 챙겨들고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황망함 속에서 지갑을 잃어버렸고, 주머니에 있는 잔돈으로 고향에서 가까운 광주역까지 이동했다. 이날 새벽 광주역에 도착해 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낸 그는 아침도 거른 채 인근 광주 북부경찰서 역전지구대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고씨는 어머니 이름과 고향 마을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어머니의 생년월일을 정확히 알 지 못해 조회에 애를 먹었다. 결국 마을 이름과 외삼촌 이름을 근거로 외삼촌한테 가까스로 연락할 수 있었다. 소식을 들은 외삼촌은 한달음에 지구대로 달려와 고씨를 끌어 안았다. 25년 만에 가족을 만난 고씨는 연방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경찰은 고씨가 지구대에 머문 세시간 동안 따뜻한 아침밥을 대접하고, 고향인 전남 함평의 가족을 신속하게 탐문하는 등 본분을 다했다. 임지훈 역전지구대 순경은 “고씨가 들어올 때는 많이 불안해 보였다. 의사소통은 겨우 할 수 있었지만 한국말도 서툴렀다. 그가 그토록 그리던 가족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순간 콧등이 시큰하고 내 일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국승권 지구대장도 “범인 잡는 것 못지 않게 곤경에 처한 시민을 돕는 일이 중요하다. 경찰이 고씨한테 고향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것 같아서 흐뭇하다. 잇단 출동으로 바쁘지만 다른 날에 견주어 지구대 분위기가 환했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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