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많지 않은 광주 지하철 1호선. 정대하 기자
16년 동안 갈팡질팡했던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이 공론조사 끝에 시의 원안대로 사업을 이어가게 됐다. 시는 지난 8월 중단한 1단계 구간의 실시 설계와 환경 평가에 곧바로 착수한다. 그러나 1호선 지하철에서 나타난 대규모 적자와 낮은 탑승률 등은 시와 시민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주어졌다.
11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9~10일 열린 시민참여단 설문조사에서 투표자 243명 중 78.6%인 191명이 도시철도 2호선의 저심도 지하철 방식 건설에 찬성하고, 21.4%인 52명이 반대했다고 밝혔다. 공론화위는 1박2일 동안 연령별, 직업별로 선정한 시민참여단의 토론을 거쳐 2호선 건설 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중심미래교통시민모임’은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11일 광주시청에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결과 발표에 따른 대책과 향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온 데는 2호선 건설을 중단하더라도, 그 대안이 확실치 않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현재 운영 중인 도시철도 1호선을 없앨 수는 없는 만큼, 순환 노선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문조사에서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층과 20~30대가 찬성 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시민 2500명을 상대로 벌인 1차 여론조사에서 20%가량 나왔던 유보층도 토론을 거치면서 찬성론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만성 적자와 낮은 탑승률 등 1호선의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공론화위는 “지하철 방식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요 과다 예측, 수송 능력 미흡, 시 예산 부담 가중 등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이런 의견을 반영한 대중교통 혁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시철도 1·2호선 역 50~60곳과 연결되는 시내버스를 직선화하고, 마을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태 공론화위원장은 “결론은 났지만, 적자 해소와 대중교통 혁신 등에 관한 소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이번 숙의 과정의 교훈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치를 강화하도록 시에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승객이 많지 않은 광주 지하철 1호선. 정대하 기자
공론화위의 결론에 따라 석 달째 중단된 지하철 2호선 공사도 재개된다. 2호선의 기본 계획은 16년 전인 2002년 10월에 고시됐으나, 시장이 바뀔 때마다 건설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7월 취임한 이용섭 시장은 해묵은 과제를 공론화로 풀겠다고 공약했고, 이번 결정으로 2호선 건설은 동력을 얻었다.
광주시는 지난 8월 중단한 1단계 구간의 실시 설계와 환경 평가를 재개하고, 2단계 구간의 실시 설계에 들어간다. 연말까지 설계·평가 용역 20여건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1단계를 착공한다는 목표다. 시는 2025년까지 2조579억원(국비 60%, 시비 40%)을 들여 광주시청∼백운광장∼광주역∼첨단지구∼수완지구∼광주시청을 잇는 41.9㎞ 구간에 저심도 지하철 방식으로 도시철도 2호선을 개통할 계획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