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자에 대한 시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사기관의 권력분산과 경찰의 권한 집중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해온 자치경찰제의 시행 초안이 나왔다. 정부는 전체 국가경찰 12만여명의 36%인 4만3천명을 2022년까지 자치경찰로 전환해 생활 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과 밀착된 치안 활동을 맡게 할 방침이다.
13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자치경찰 특위)가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을 보면, 2019년부터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의 7천~8천여명의 경찰을 자치경찰로 우선 전환하고, 2021년에는 이를 확대해 전국적으로 3만여명~3만5천여명을 전환한 뒤, 2022년에는 최종적으로 전국 4만3천여명의 경찰을 자치경찰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전체 국가경찰 11만7617명의 36% 규모다. 내년부터 실시할 5개 지역 중 2개 지역은 광역시 1곳과 도 1곳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치경찰은 생활 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과 밀착된 민생 치안활동에 집중하고,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경비, 수사, 전국 규모의 민생치안을 담당하게 된다. 112 신고에 대한 출동과 현장 초동 조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구체적인 업무 분할은 추후 실무추진단에서 세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 시·도에 자치경찰본부와 시·군·구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고 현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이관할 예정이다. 자치경찰을 지휘할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은 시도경찰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시도지사가 임명하게 된다. 다만, 임명권자로부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5명 규모의 시도경찰위원회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예산은 국가가 부담하되, 장기적으로 정부는 자치경찰교부세를 신설해 비용을 충당하는 방법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자치경찰제는 제주 지역에서 국가경찰의 8% 규모로 순찰, 범죄예방 등 제한적 업무에 일부 도입돼있다. 정부는 자치경찰제를 더욱 확대해 자치분권과 지역 민생치안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급격한 경찰 조직의 변화가 이뤄지는 만큼 현장의 혼선과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자치경찰의 신분을 초기 국가직으로 유지하다 단계적으로 지방직으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신분 불안정을 염려한 현장 경찰의 저항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치경찰이 임명권자인 지자체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논란거리다. 또한, 재정여건에 따라 경찰 조직을 운영할 여건이 충분한 지방정부와 그렇지 못한 지역의 반응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치경찰 특위는 실무추진단을 통해 세부 논란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앞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이번에 발표된 시행초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 말까지 정부안을 최종 확정해 내년 상반기 입법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일부 지역에 시범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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