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권력을 분산하고 경찰의 권한 집중을 막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자치경찰제의 시행 초안이 나왔다. 정부는 전체 국가경찰 약 12만명의 36%인 4만3천명을 2022년까지 자치경찰로 전환해 이들에게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과 밀착된 치안 활동을 맡길 방침이다.
13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토론회를 열어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자치경찰 특위)가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을 보면, 정부는 각 시·도와 시·군·구에 각각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단)를 신설하고 현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이관할 예정이다.
정부안대로라면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과 밀착된 민생치안 활동에 집중하고,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경비, 수사, 전국 규모의 민생치안을 담당하게 된다. 112 신고에 따른 출동과 현장 초동 조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동으로 하고, 구체적인 업무 분할은 추후 실무추진단에서 세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대민 서비스 위주로 치안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영 서울시 기획담당관은 “과거 경찰 업무에서 우선시된 영역은 정보, 경비, 수사였다”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과거와 달리 지하철 범죄, 어린이 등하교 교통안전, 여성 안심귀가 등에 경찰력이 최우선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치안력의 강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학교 앞 건널목을 학생 동선에 맞게 옮기는 등 주민 편의를 반영한 교통정책을 자치경찰이 주도적으로 펼 수 있다.
자치경찰을 지휘할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은 시·도경찰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시·도지사가 임명하게 된다. 다만, 임명권자로부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5명 규모의 시·도경찰위원회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의 7천~8천명의 경찰을 자치경찰로 우선 전환할 예정이다. 이어 2021년에는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을 3만명에서 3만5천명까지 확대하고, 2022년에는 최종적으로 4만3천명을 자치경찰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는 현재 전체 국가경찰 11만7617명의 36% 규모다. 내년부터 실시할 5개 지역 가운데 나머지 2개 지역은 광역시·도 각각 1곳을 공모로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자치경찰제는 제주 지역에서 국가경찰의 8% 규모로 순찰, 범죄예방 등 제한적 업무에 일부 도입돼 있다. 자치경찰제를 더욱 확대해 자치분권과 지역 민생치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자치분권위는 지난 4월 경찰행정, 형사법 전문가 등 9명으로 이뤄진 자치경찰 특위를 꾸리고 7개월여 동안 서울시 제안 모델, 경찰개혁위원회 제안 모델 등을 검토한 뒤 이번 도입 방안을 내놨다.
김미향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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