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현재 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는 민선제로 바꾸고, 2개 시를 5개 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회 동의 등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고, 시민단체들도 ‘짝퉁 직선제’라며 반발해 난관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15일 행정체제개편위원회(행개위)가 제출한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하고, 다음 달 안으로 관련 조례안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을 위한 동의안 등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구성된 행개위는 같은해 6월29일 △행정시장 직선제(기초의회 미구성)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2개 시를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 등 4개 시로 권역 조정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 등의 권고안을 제주도에 제출한 바 있다. 제주도가 행개위의 권고안을 수용한 것은 1년 5개월여만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민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지난 4월 개헌이 무산됐고, 정부가 9월11일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10월30일에는 자치분권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방침을 발표해 행정체제 개편 추진 보류 사유가 소멸해 권고안을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의회의 동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 의원들은 기초의회 설치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회의적이다. 시장의 임기만 보장할 뿐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근민 전 지사 때인 지난 2013년 7월에도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와 행정구역을 3개로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놓고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하기 위해서는 도의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은 뒤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또 시장 직선제와 행정시 권역 조정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주민투표도 거쳐야 한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확정되고,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해결과제가 많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지난 10여년 간 제주사회는 권한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보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하고 제왕적 도지사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권 부활을 요구해왔다.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는 풀뿌리 자치에 역행한다”며 반대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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