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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건’인가 ‘무리한 추론’인가…‘혜경궁 김씨’논란 점입가경

등록 2018-11-18 14:58수정 2018-11-18 22:01

경찰 “트위터 활동과 사진 게재·캡처 등 정황 비춰
트위터 계정과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와 동일인물”
이재명 지사 “예단을 하고 정황과 의심만 한 수사”
‘행동의 합리성’ 무시한 수사 결과라며 공방 치열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지난 3월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6·13지방선거에서 출마선언 뒤 함께 손짓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지난 3월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6·13지방선거에서 출마선언 뒤 함께 손짓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찰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닉네임 ‘정의를 위하여’)의 소유주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를 지목하면서 파문이 번지고 있다. 이재명 지사 쪽은 “정황과 의심만으로 수사를 했다”며 “경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7개월여에 걸친 수사 결과, 이재명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해당 계정의 주인으로 보여 기소 의견으로 19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김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이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김혜경’이라고 판단한 ‘스모킹 건(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때 나오는 결정적 증거)’은 크게 세 가지다. 경찰은 우선, 2014년 1월15일 오후 10시40분 김혜경씨가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이하 카스)에 올린 이재명 지사의 대학 입학 사진에 주목했다. 김씨가 이 사진을 올린 뒤,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갈무리(캡처)돼 올라오고, 다시 10분 뒤 이 지사 트위터에도 같은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블로그 갈무리
이재명 경기지사 블로그 갈무리
또 2013년 5월18일 이 지사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이 지사는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을 이날 트위터에 올렸는데, ‘혜경궁 김씨’가 다음날 낮 12시47분에 해당 사진을 리트윗했고, 이어 13분 뒤 이를 갈무리 한 사진이 김씨 카스에 올라온 것이다. 특히, 김씨 카스에 올라온 사진이 갈무리된 시각은 12시47분이었다. 경찰은 사실상 ‘혜경궁 김씨’가 사진을 올린 시각과 김씨가 사진을 갈무리한 시각이 같다는 점을 들어, 이 둘을 동일인으로 본 것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김씨의 휴대전화가 바뀐 점도 주목했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은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작성됐다가 이후 아이폰에서 작성됐는데, 김씨도 같은 시기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으로 교체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이밖에 2013년부터 5년 동안 ‘혜경궁 김씨’가 올리거나 리트윗한 4만여건의 글을 분석한 결과, 계정 주인은 성남에 사는 여성이며 군대에 간 아들이 있고 ㅅ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김씨와 관련한 정보와 맞아 떨어진다는 점도 경찰이 ‘혜경궁 김씨’를 김혜경씨로 본 근거다.

그러나 이 지사는 “경찰이 제시한 스모킹 건은 참 허접하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이를 캡처해 카스에 올린 것이 제 아내(김혜경)와 ‘정의를 위하여’(혜경궁 김씨)가 동일인이라는 증거라고 하지만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스마트폰에 사진이 있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로 올리면 되지, 동일인이 사진 한장을 트위터에 올리고 이를 다시 캡처해 자신의 카스에 올리는 번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지 않으냐”며 “경찰의 이런 판단은 오히려 ‘혜경궁 김씨’가 제 아내와 동일인물이 아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행동의 합리성’이라는 점을 무시한 채 ‘혜경궁 김씨=김혜경’이라는 등식을 억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또 경찰이 ‘혜경궁 김씨’의 계정이 자신의 부인이라는 ‘예단’을 갖고 수사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가 ‘아들 둔 음악을 전공한 성남 여성’이기 때문에 제 아내와 동일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익명 계정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흉내 내는 일이 허다하다”며 “특히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로 이재명 고향을 물어본다는 것이, 또 새벽 1시에 부부가 함께 본 (전날) 저녁 공연 얘기를 트위터로 나눈다는 것이 상식으로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이 지사는 이어 “분당에서 문제의 트위터 계정 주인과 같은 시기에 스마트폰 기기를 변경한 사람은 제 아내뿐이냐. 이는 계정주가 분당 거주자라는 전제에서 수사를 시작한 것이어서 표적·꿰맞추기 수사라는 근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 쪽 관계자는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의 주인이라면, 김씨가 5년 동안 4만건의 글을 쓰거나 리트윗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1년에 최소 8천건, 한 달에 260건이 넘는 활동을 해야 가능하다. 아무리 정치인 부인이라도 가정주부가 이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19일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지만,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추후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의견을 내기까지의 세부적인 경찰 판단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를 위하여’(@08__hkkim)라는 트위터 계정을 쓰는 인물은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선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를 비난했고, 지난 6·13 지방선거 때는 전해철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를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계정의 주인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의 영어 이니셜이 일치한다며 이 계정에 대해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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