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한겨레> 자료사진
경찰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주로 결론짓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에 관심이 모인다. 경찰 수사에서 ‘혜경궁 김씨=김혜경’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만큼, 검찰이 수사를 통해 직접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검찰 수사 향방과 어려움은? 경찰은 해당 트위터 계정의 글 4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계정에 등록되거나 글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신상정보가 김혜경씨의 학력·가족관계·전화번호 등과 거의 같고, 같은 사진이 짧은 시차를 두고 ‘혜경궁 김씨’ 트위터와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카스)에 올라온 점 등을 들어 이 둘을 같은 인물로 봤다. 하지만, 경찰은 이 트위터 계정이 김씨의 것인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때문에 검찰은 김씨와 ‘혜경궁 김씨’ 계정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계정주를 특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트위터 본사가 이를 공개하는 것이지만,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트위터 본사가 ‘회원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도 앞서 트위터 본사에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
김혜경씨를 상대로 ‘물증’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혜경궁 김씨’ 계정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김씨가 쓰던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아내의) 전화번호가 공개돼 워낙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지난 4월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당시 쓰던 스마트폰은 지금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인 디지털 포렌식도 활용하기 어려운 처지다.
결국, 검찰 수사는 김씨나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경찰이 제시한 ‘정황 증거’를 보강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만큼, 검찰도 ‘결정적 한방’을 찾기 위해 해당 계정이 활동할 당시 부인 김씨의 위치정보 등 디지털 수사에 총력을 기울 일 것으로 보인다.
■공방속 트위터계정 주인은 ‘어쨋든’ 이 지사 주변인물? 이재명 지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면서도, 계정의 주인이 부인 김씨는 아니지만 자신의 주변 인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가 된 트위터 계정은 저의 모든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 지사는 “해당 계정에 등록된 이메일(
khk631000@gmail.com)은 성남시장 재직시절 사용하던 이메일과 같은데, 이는 비서실과 선거캠프에서 일정공유용으로 만들어 쓰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이 이메일은 당시 의전 담당 비서관이던 ㅂ씨가 만든 것으로 <한겨레> 취재결과 확인됐다. ㅂ씨는 지난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인 2012~2013년께 구글 캘린더에 있는 이 지사의 일정을 부인(김혜경씨)과 공유하기 위해 이메일을 만들었다. 아이디에서 ‘khk’는 김혜경을 뜻하고 ‘631000’은 이 지사의 이메일 아이디에 나오는 숫자를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이메일은 구글 캘린더 공유용으로만 사용했다. 이 지사 부인도 이 이메일의 존재를 잘 몰랐을 것이다. 이 이메일과 비밀번호는 의전팀의 6~7명이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이 이메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ㅂ씨는 “전혀 알 수 없다”며 “(내가) 트위터 계정을 만든 일이 없다. 이메일을 도용당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은 트위터 계정이 누구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이 지사 부인 김씨 뿐만아니라 이 지사를 수행하거나 보좌한 주변인물에 대한 수사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 부인이 ‘혜경궁 김씨’로 드러날 경우, 이 지사는? 이 지사 부인 김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의자로 전락하면서 혐의가 확정될 경우, ‘이 지사가 당선무효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하지만, 설령 부인 김씨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이 지사의 경선 상대를 비하한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법적으로 이 지사가 당선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배우자의 잘못으로 당선자의 당선무효가 되는 범죄는 공직선거법 제265조에 규정돼 있다. 이는 배우자가 후보 매수나 기부행위 등 금품과 관련된 사건에 연루됐을 때만 당선무효 등의 조처가 뒤따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도덕적·정치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동안 “아내는 ‘혜경궁 김씨’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해온 만큼 도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 친노·친문 진영은 물론 여권 내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이 지사도 지난달 ‘성남시장 재직시절 운전기사가 혜경궁 김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측근이 했다면 도의적 책임이 있고 피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해 재판이 장기화되면, 이 지사의 도정 수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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