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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본향에 새긴 ‘직지원정대의 꿈’

등록 2018-11-21 17:25수정 2018-11-21 23:02

히말라야 새 루트 개척하다 실종
박종성·민준영 추모 조형물 세워
직지원정대 등 충북산악인들이 21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옆 산에 2009년 히말라야 히운출리 ‘직지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실종된 민준영·박종성 대원을 추모하는 조형물을 세웠다.
직지원정대 등 충북산악인들이 21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옆 산에 2009년 히말라야 히운출리 ‘직지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실종된 민준영·박종성 대원을 추모하는 조형물을 세웠다.
세계 최고(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직지>를 세계 최고(가장 높은) 봉에 올려놓고 히말라야의 별이 된 이가 있다. ‘직지 원정대’ 박종성·민준영 대원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6441m) 북서벽 등산로 개척에 나선 둘은 2009년 9월25일 아침 8시15분 “컨디션, 날씨, 진행 속도 좋다. 좌측에서 우측 골로 진행한다. 오늘 등반 끝내고 다시 무전을 하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히말라야의 품에 안겼다. 당시 박 대원은 41살, 민 대원은 36살이었다.

민준영·박종성 대원.(왼쪽부터)직지원정대 제공
민준영·박종성 대원.(왼쪽부터)직지원정대 제공
돌아오지 않는 둘을 추억하는 충북 산악인들이 21일 오전 11시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청주고인쇄박물관 옆 야트막한 산자락에 모였다. 멀리 청주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우암산이 보인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한 곳으로, <직지>의 본향이다.

이들 산악인은 두 대원을 추모하는 조형물을 세우려고 한 자리에 섰다. 잔뜩 찌푸린 하늘은 눈물인 듯 후두둑 빗방울을 떨어뜨렸다. 둘과 마지막으로 교신했던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이 그들을 불렀다. 그는 “둘은 등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던 진정한 알피니스트였다. 새 등산로를 개척한 뒤 ‘직지 루트’란 이름을 붙여 직지의 창조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심으려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박종성 대원의 형 박종훈씨는 “히말라야 히운출리에 새긴 피켈 자국처럼 둘은 우리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다. 둘을 기억하는 공간이 마련된 오늘 저녁 꿈자리에서 두 동생을 만날 것 같다”고 했다. 둘은 2006년 충북 산악인 30여명과 ‘직지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직지 루트’ 개척에 힘써 왔다.

직지원정대 등이 21일 청주 고인쇄박물관 옆 산에 설치한 직지원정대 민준영·박종성 대원 추모 조형물.
직지원정대 등이 21일 청주 고인쇄박물관 옆 산에 설치한 직지원정대 민준영·박종성 대원 추모 조형물.
이들의 추도사에 이어 안나푸르나의 눈처럼 하얀 천에 덮여 있던 조형물이 드러났다. 두 대원은 여전히 뚜벅뚜벅 산을 오르고 있다.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은 “왼쪽은 2008년 두 대원이 함께 오른 뒤 ‘직지봉’(6235m)이란 이름을 붙인 히말라야 파키스탄 지역 미답봉이고, 오른쪽은 그토록 오르려 했던 히운출리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정환 시인, 김만수 도예가, 박수훈 서예가 등이 공을 들인 조형물은 직지원정대, 충북산악구조대 등이 청주고인쇄박물관의 도움으로 제작했다.

민양식 충북산악연맹회장은 “둘은 지금도 ‘직지 루트’를 개척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둘이 뜻을 이루고 돌아올 수 있게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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