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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갈등 10여년…강정마을 주민 30% ‘외상후 스트레스’

등록 2018-11-21 17:52수정 2018-11-21 22:07

정신건강 첫 조사결과 ‘위험신호’

주민 30%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학살 겪은 4·3 피해자 수치에 육박
10명 중 2명 “최근 한달 자살 생각”
13%가 우울증상…관계기피 등 심각

심리변화 주요인 ‘주민 갈등’ 꼽아
전문가 “의료·심리 지원 대책 시급”
“가끔 뭍에서 온 경찰들이 거칠게 시위 진압하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두근거릴 때가 있어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겪었던 갈등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돌덩이처럼 무겁습니다.”

지난 2007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지로 결정된 뒤 마을공동체는 거센 갈등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주민 간 찬·반 갈등이 격화됐고, 해마다 마을 운동회를 열고 세배를 같이하던 이웃들이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비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벌초를 함께하던 문중 사람끼리 왕래를 끊는가 하면, 가까웠던 친지의 경조사도 외면할 때가 있었다. 10년은 해군기지 갈등이 남긴 상처를 다스리기엔 너무도 짧은 세월이었다.

제주도와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함께 실시해 21일 공개한 건강 조사에서 강정마을 주민 10명 가운데 3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는 강정마을 주민 1918명 가운데 설문에 응한 713명을 상대로 지난 3월15일부터 6월30일까지 진행됐다. 강정마을 주민을 상대로 건강행태, 정신건강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한 주민이 30%나 나온 것은 제주4·3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015년 실시한 정신건강조사에서 39.1%가 같은 증상을 호소한 것에 견줄 만한 수준이다. 12.8%는 우울증상군으로 조사됐고, 최근 한 달 새 한 차례 이상 자살을 생각한 주민도 20.3%나 됐다. 지난 2013년 국민건강영향조사 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 4.6%와 견주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센터는 밝혔다. 또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6.8%에 그쳐 2017년 제주지역사회건강조사 때의 46.6%보다 낮았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선 조사대상자의 절반인 49.9%가 대인 관계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가족 간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25.2%나 됐다. 지역주민과의 갈등이나 지역사회의 불이익을 경험한 경우도 36.8%에 달했다.

자신의 신체 상태를 변화시킨 요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심리 상태 변화요인으로는 ‘지역주민 간 갈등’이 각각 1순위로 꼽혔다. 주민들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을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문두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제주대 의대 교수)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군에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고, 사회적 지지를 못 받고 자살 경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돼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 및 심리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 상설 건강상담실을 운영하고 정신건강 교육 및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신건강에 이상 증상이 있는 주민들에게는 전문의 개별상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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