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의 이병덕씨 부부가 비닐집에서 수확한 용과를 보인다.영동군농업기술센터 제공
멕시코·과테말라 등이 원산지로 지금은 주로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열대 과일 ‘용과’가 충북 영동에서 재배돼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있다.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 이병덕(61)씨는 요즘 용과 출하에 여념이 없다. 그는 2016년 비닐집 5940㎡(1800평)에 용과 7200그루를 심었다. 재배 2년을 맞은 올해에는 용과 4000㎏을 생산할 참이다. 최번성기인 내년엔 1만4000~1만6000㎏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선인장과로 병충해가 적고, 작황·시세 모두 괜찮은 편이다. 포도는 수확기가 대략 한 달 남짓하지만 용과는 3~4개월 정도로 길고 수확량도 많다. 포도보다 수익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8년부터 영동에서 조생종 포도를 재배하다 2016년 일을 접었다. 그는 “과수가 늙으면서 수확은 줄었지만, 해마다 연료비 등 투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포도 농사를 포기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포도 수입량 확대, 기후 변화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 이병덕씨가 용과를 수확하고 있다.영동군농업기술센터 제공
그는 한 방송을 통해 용과 등 열대 과일과 천혜향·황금향 등 제주에서 재배되는 만감류(수확시기가 늦은 귤)가 내륙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과수 전환을 결심했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등에도 자문했다. 그는 용과뿐 아니라 천혜향 4620㎡, 황금향 1320㎡ 등 다른 대체 과일도 함께 심었다. 그는 “기후·재배 여건이 수시로 바뀌는 요즘 농촌도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한 과수만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지역의 과수 재배 지형도 바뀌고 있다. 10년 전인 2007년 재배 면적이 2775㏊였던 포도는 지난해 1147㏊로 58.6% 감소했고, 배는 1112㏊에서 399㏊로 64%, 사과는 4200㏊에서 4024㏊로 4% 줄었다.
하지만 충북 중부권인 충주 지역 농가 12곳이 한라봉·레드향 등 만감류 귤 7.1㏊, 진천 지역 농가 10곳이 패션푸루츠(백향과) 4.8㏊, 청주 지역 2 농가가 망고 0.1㏊를 재배하는 등 열대 과일 재배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하웅용 충북농업기술원 주무관은 “기후 변화, 소비자의 기호 변화, 자유무역협정 등의 영향으로 농가에서 새 소득 대체 작물을 찾고 있다. 하지만 토양·기후·온도 등을 꼼꼼하게 따져 보고 신중하게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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